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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올가을 날씨

by 답설재 2025. 9. 27.

초엿새 초승달도 보인다.


 
 
2025년 9월 27일 토요일 맑음.

 

 

 

올가을 날씨는 뭘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다.
이다음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러나 싶다.
 
한 친구가 "어허! 그 험악한 여름을 이기고 살아남았네!" 하기에 "그까짓 걸 가지고?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는걸? 난 에어컨도 없는 걸 자네도 알고 있지?" 했더니 한참 동안 말이 없었는데(어안이 벙벙했겠지), 이번에는 그가 내 뻥에 넘어갔다.

이건 그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이 분명하기에 배짱 좋게 해 보는 뻥이었다. 만약 그 여름이 뒤돌아보며 "그래? 그런가 보다 했다고? 그럼 내가 돌아갈까?" 할 수도 있다면 나는 그렇게 가벼운 배짱을 부릴 까닭이 없다.


이 날씨가 그 여름날들에 대한 보상일까?
붐하면서부터 저녁까지 하늘은 온갖 모습을 다 연출한다. 그렇게 해놓고 밤이 되면 별들의 잔치까지 베푼다.

뭘 더 바랄 수가 없다.
 
내 평생 이렇게 변화무쌍한 하늘을 구경하기는 처음이다.
그래서 특별한 무얼 더 구상하지 말고 이대로 '쭉' 가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좀 욕심을 내면 저 푸나무들이 조용히 물들어 잎 떨어뜨리는 느긋한 가을을 보여주면 좋겠다.
가을은 좀 짧아서 하루하루가 가을의 완전한 모습이라고 해도 말이 되긴 하겠지만(그래서 아쉽지만 이만큼으로 만족하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훨씬 넓은 사람 같으면 "아니지! 며칠 전 폭염이 끝나고 열대야 소리가 사라진 그날부터 첫눈 오는 날까지 혹은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옷 입기 이전까지가 가을이지"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조롭지 못한 날씨 꼴을 보게 될까 봐 불안하다는 것이다.
 
애 좀 먹여야 하겠는데?
그런 심술도 가지고 있다면 일교차가 심한 걸로 대신하면 안 될까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 일교차 때문에 이미 고생 좀 했기 때문이다.
노인들 고생은 헛것일까?
자꾸 떠들면 딴맘 먹겠다고 할까?
그럼 그만두어야지.
알아서 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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