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남자' 상선은
선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명을 상기하며
해마다 인근 초등학교에 십만 원씩 학교발전기금을 보냈다.
세상에 새로 나서 자라는 것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었다.
궁에서 멀리 떨어져 머물긴 싫었고
궁핍한 마을에 잠시만 있겠다는 마음으로 마련한 거처에서 두문불출 백 년을 지냈으나
사람들 눈에 거슬릴 일도 없었고
굳이 어명에 따르지 않을 까닭도 없었다.
궁 소식은 점점 멀어 희미해지고
기이하고 찬란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세상에서
떠나올 때 받아 든 보따리 속 물건들을
하루 한 번씩 평생 들여다보며
좋은 날 다시 궁으로 부르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을 때만 하나씩 팔아가며 목숨을 이어갔다.
세월이 흘러 흘러
궁의 약속이 100년째에 이른 날,
사람들이 자신을 '상선(尙膳)'으로 불러주는 건 임금의 뜻이었지만
다시 부르겠다는 말씀은
지켜질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함을 깨달았다.
비로소 자신이 스러져 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