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고 김정욱 박사(물리학자)의 미생물 파일
우리 나이에도 현역이 있다. 많은지는 모르겠다. 세상을 뒤흔드는 사람도 있다.
TV에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생각할 때가 있다.
'누가 나더러 이 일 좀 맡아주세요, 요청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고 사람들과 회의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고 할 수 있을까?'
'하루에 몇 시간이나 그럴 수 있을까? 일주일에 적어도 5일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보고 뭐라고 할까?'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니 딱히 하는 일은 없지만 지금의 이 일상은 어떻게 하지?'
생각이 거기까지 가면 나는 그 생각을 멈춘다.
멈출 즈음의 내 생각은 어렴풋하지만 이렇다. '아무래도 나는 안 될 것 같아. 그러니까 나는 끝난 것 같아.'
그런 생각을 하면 서글퍼진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년》이라는 책에서 사람들로부터 홀대를 받지 않으려면 "아예 일을 놓지 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두툼한 책을 읽은 결과가 '일을 놓지 말라'는 것이라니, 나는 허탈감을 느꼈다. 누가 일을 놓고 싶어서 놓았나?
아무래도 나는 무슨 수를 내야 할 것 같다.
무슨 수를 내지?
단순하다. 쑥스럽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일삼아야 할 것 같다.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지. '남들이 보면 시시하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일삼자.'
채플린이 그의 자서전에서 생각하고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써놓은 걸 봤다.
뉴욕에서 실컷 놀고 난 다음 캘리포니아로 돌아왔지만 뉴욕에 머무는 동안 일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일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썼다.
"막상 캘리포니아로 돌아오니 뉴욕에서 보낸 시간이 그리웠다. 퍼스트내셔널 영화사와 2권짜리 희극영화 4편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나는 며칠 동안 스튜디오에 나가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생각하기 연습? 그런 것도 있나? 있겠지?
그렇지만 채플린은 '생각하는 것도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감이 떨어진다.'라고만 썼다(525).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교적 자세히 써놓았다.
기자들에게 영화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는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 당시에 나는 만족스런 답을 줄 수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좋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망에서 그런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 같다. 사실 계속해서 궁리하고 바라면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법이다. 음악 감상이나 일몰 같은 상황은 아이디어 구상에 좋은 조건이다.
무엇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이목과 관심을 끄는 주제를 선택한 다음에 그것을 가다듬고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이 더 발전할 가망이 보이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주제를 고르면 된다. 가능한 풍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이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인내력, 시간과의 싸움이다. 거의 미칠 지경까지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장고의 시간과 인내력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441)
☞ 계속해서 궁리하고 바라면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법이다. 음악 감상이나 일몰 같은 상황은 아이디어 구상에 좋은 조건이다.
☞ 자신의 이목과 관심을 끄는 주제를 선택한 다음에 그것을 가다듬고 몰두한다.
☞ 가능한 풍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이 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장고의 시간과 인내력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렇게 좋은 생각들을 내 시시한 일상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좀 그렇긴 하다. 적용할 수나 있겠나. 그저 채플린은 이렇게 했구나 생각할 따름이다.
나는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런 뛰어난 사람과는 종류가 다르니까 그냥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준서 할머님 블로그("봄비 온 뒤 풀빛처럼")에 가서 댓글 속에 채플린 이야기를 썼을 때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과 감성이 모여서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니 찰리 채플린의 사고의 세계는 무궁무진했지 싶다"는 답을 한 걸 보고 채플린 같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다시 찾아보았다.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비굴하게 살기 (2) (8) | 2026.03.25 |
|---|---|
| 나는 어떤 연설을 들었나? (0) | 2026.03.21 |
| 비공개로 뜨겁게 요란하게, 쉽게 소리 없이 (3) | 2026.03.18 |
| 양주, 나의 전말기 (7) | 2026.03.17 |
| 모욕에 대하여 (4) | 2026.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