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때 안동 김원길 시인에게 전화했더니 지례예술촌 건물 열 채 중 사당 두 채만 남기고 다 타버렸단다.

지례예술촌은 안동에서도 굽이굽이 첩첩산중 호숫가에 홀로 있습니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 평화로움과 고요함 그리고 예스러움입니다.
여기서는 그냥 마루 끝에 앉아서 새소리 벌레소리를 들으며 푸른 산과 호수를 마냥 바라보는 것, 호수 위로 물안개, 소나기, 눈보라가 연출하는 장관을 감상하든가 책을 읽든가 산책을 하든가 낮잠을 자는 게 좋겠습니다.
지는 해와 저녁노을 밤하늘의 은하수도 놓치지 마십시오. 그리고 흐린 밤, 칠흑의 어둠도 체험해 보세요. 그 속에서 떠 다니는 작은 반딧불이...
낚시나 바둑도 좋고 서예도 할 수 있고 음악연주도 할 수 있습니다. 산책길에 오디, 산딸기, 감, 밤 같은 걸 볼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잠자리채를 들고나가 곤충채집을 하면 되겠지요. 더울 땐 계곡에서 폭포 물 맞기를, 겨울엔 썰매 타기, 눈사람을 만들라 하세요.
(......)
김원길 시인의 초대장이다.
"손자네도 피신했겠네요?" "그럼요. 부랴부랴 시내로 나왔지요."
"그럼, 그 많은 책도 다 타버렸고요?" "그럼요, 손자 저금통까지요. (...)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요."
착잡하다. 무섭다. 이런 산불은 처음이다.
오늘 밤 지나면 비가 내릴까? 기세가 꺾이고 사그라들어 꺼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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