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고 소한 무렵이 되면 춥다.
"절기가 얼마나 잘 맞아 들어가는지, 옛사람들의 예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날 흔히 듣던 말이다.
소한이 오기 전에 추위가 오면 "올해는 소한 추위를 당겨서 하네" 했고, 소한이 되어도 춥지 않으면 "올해는 소한 추위를 늦게 하네" 했다.
그렇게 해서 소한 추위라는 건 맞지 않는 해가 없게 된다.
모든 걸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관점이 있다.
유연성일까? 수동적일 수도 있고 수용적, 탄력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현상(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에 대해서도 그렇게 바라보면 더러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그런 관점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렇게 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너무 까칠하게 살지 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타이른다.
공연한 소리를 해보는 것이지만, 요즘은 날씨나 기후에 '삼한사온(三寒四溫)' '절기' 등의 규칙성을 찾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굳이 그걸 기대하거나 고집하는 어리석음 같은 걸 잠시 생각해 본 것이다.
밤새 눈이 내렸다.
첫새벽에 창밖을 내다봤더니 소리없이 내리던 눈이 내게 그만 들켜버렸다는 듯 속삭였다. "몰래 내려 쌓이려고 했는데, 그렇게 빤히 내다보네."
눈은 제법 많이 왔는데, 아침나절에 많이 녹았다.
지금도 간간이 내리긴 하지만, 봄눈이라서 얼른 녹는 걸까?
알 수 없다. 이런 말을 하다가 보란 듯 추위가 몰려오면 머썩할 수밖에 없다. 예측 불허다.
아침 뉴스에, 미국에서는 지금 태풍으로 사십 명이나 죽었다고 했다. 미국 같이 대단한 나라에서...
'꽃샘추위'라는 말은 올해도 들었다.
듣기 좋게 나도 꽃샘추위라고 해둘까? 이번 눈은 그럼 '꽃샘눈'?
샤갈의 마을에는 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靜脈이
바르르 떤다.
이렇게 시작되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을 떠올리면 '3월에는 눈이 여간해서 내리지 않는데...' 같은 느낌을 갖게 되고, '세상에는 그런 마을도 다 있구나. 어디쯤일까?' 문득 그 마을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나는 또 우리 마을이 이제 '샤갈의 마을'로 변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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