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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슬픈 교사들

by 답설재 2025. 3. 16.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는 환자를 병을 앓고 있는 특이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영혼의 경이로움을 본 의사였다.

 

그의《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985)라는 책에는 2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2차적 자폐증을 가진 환자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물고기, 꽃 그림에서 주관성, 표현성, 각색성을 발견하고 의인화, 상징화가 가능한 정확한 묘사에 감탄하면서 훈련을 통한 체계적 기술 트레이닝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강조하면서 C. C. 파크("나디아론"의 저자)의 논문(1978)을 인용했다. 교사의 일을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성공의 비밀은 좀 더 특별한 곳에 있다. 모츠기는 이 지능 낮은 예술가를 집으로 데려와서 함께 살기로 했다. 상대를 위해서 몸을 내던지는 헌신, 비밀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모츠기는 이렇게 말했다.

"야나무라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 내가 한 일은, 그의 영혼을 내 영혼으로 여기는 일이었다. 교사는 아름답고 순수한 뒤처진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정제된 세계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

 

 

교사는 아이의 영혼을 자신의 영혼으로 여겨야 한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뒤처진 아이도 아름답고 순수하다.

교사는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

 

요즘은 교사들이 그렇게 해주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교사를 자신들보다 훨씬 천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슴아픈 일이다.

아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돈이 없고, 사회적 지위도 낮고, 우리 부모 앞에서 쩔쩔맨다는 걸 다 아는 아이 앞에서 뭘 자문하고 설명하고 잘잘못을 가리고 타이르고 위로하고 동의를 구하고 하겠나.

그렇지만 나는 교사들이 자랑스럽다.

그들은 참고 기다려야 한다.

 

 

☞ 위 그림은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삽화(354)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