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이 왔다.
많이 왔다.
예보로는 아침나절 잠시 0.5cm쯤 내린다고 했다.
0.5cm라니, 혹 내리지 않으면 슬쩍 빠지려는 것이었겠지?
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잠시가 아니라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2시까지 잠깐씩 두어 번 쉬고 그냥 펑펑 퍼부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랬는데, 그 눈이 저녁나절에 모조리 다 녹았고 응달이고 어디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4시쯤 광명 어느 학교 교장인 W가 전화를 해서 이곳엔 눈이 엄청 왔다니까 "정말요?" 하고 곧 딴 얘기로 넘어갔다.
까마득한 선배 얘기여서 어쩔 수 없다는 투였다.
그 눈을 본 사람도 나밖에 없다.
점심때 어디서 사람 소리가 좀 났지만 증거를 삼겠다고 그 사람을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 일이 거의 다 이렇다.
오늘의 폭설(暴雪), 이 사진 보고 그냥 믿어주기 바란다.
오죽하면 봄눈 녹듯 한다는 말이 다 있겠나.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과 느낌, 몸이 따로따로 있다 (4) | 2025.03.31 |
---|---|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2) | 2025.03.30 |
그래, 그대로 살아가는 것이 용기일지도 몰라 (5) | 2025.03.27 |
사라져버린 안동 '지례예술촌' (0) | 2025.03.26 |
살아 있는 것이 무안해질 때 (8)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