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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폭설을 믿어주기 바란다

by 답설재 2025. 3. 29.

 

 

 

오늘 눈이 왔다.

많이 왔다.

예보로는 아침나절 잠시 0.5cm쯤 내린다고 했다.

0.5cm라니, 혹 내리지 않으면 슬쩍 빠지려는 것이었겠지?

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잠시가 아니라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2시까지 잠깐씩 두어 번 쉬고 그냥 펑펑 퍼부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랬는데, 그 눈이 저녁나절에 모조리 다 녹았고 응달이고 어디고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4시쯤 광명 어느 학교 교장인 W가 전화를 해서 이곳엔 눈이 엄청 왔다니까 "정말요?" 하고 곧 딴 얘기로 넘어갔다.

까마득한 선배 얘기여서 어쩔 수 없다는 투였다.

그 눈을 본 사람도 나밖에 없다.

점심때 어디서 사람 소리가 좀 났지만 증거를 삼겠다고 그 사람을 찾아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 일이 거의 다 이렇다.

오늘의 폭설(暴雪), 이 사진 보고 그냥 믿어주기 바란다.

오죽하면 봄눈 녹듯 한다는 말이 다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