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느리다. 내가 처한 시간과 공간을 따르지 못할 때도 있다.
앞으로 나가려고 하기보다는 뒤쪽을 바라보려고 한다.
생각이 흐르는 시간과 함께하고, 그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과 함께하려면 허덕허덕해야 할 것 같다.
드문드문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건 편리하고 고마운 일이다.
몸은 여기에 있다.
자다가 깨면 새삼스럽 '내가 여기 있구나' 한다.
얼핏 '거기인가?' 하다가 설풋 둘러보고 '여기구나' 하고는 또 잠이 든다.
생각이나 느낌은 엊그제나 잘해봤자 어제에 머무르기 일쑤인데, 몸은 늘 오늘 이 시각(시간)의 여기에 있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것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느낌은 자주 생소하다.
느낌은 큰일날 일 없는 사소한 것이다. '그 참... 내가 이미 여기에 있네'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생각과 느낌, 몸은 자주 따로 있다.
이 어긋남 때문에, 나의 세상은 좁긴 해도 자주 신기하고 새롭다.
이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어긋남을 즐기고 있다.
구경거리, 생각할 거리, 받아들여야 할 느낌이 새삼스럽게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 나는 대개 지금이 20세기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그래서 마음은 소년인데 몸이나 하는 짓은 노인이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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