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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 날개가 언제 다 찢겨 나갔지?

by 답설재 2025. 2. 5.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내 날개'가 떠올렸다.

 

내 날개?

그런 게 있었나?

있었지?

그걸 어떻게 했지?

 

그리고 내 날개는 찢겨 나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그 날개를 가지고 있는 줄을 까맣게 몰랐다. 모른 채 살아왔다.

그 날개가 찢겨 나갔다는 걸 알아챈 순간, 내게도 날개가 있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날개가 있었다는 것도, 그 날개가 찢겨 나갔다는 것도.

허전하고 서글펐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날개》(李箱)에서.

 

 

 

'내 선배 편수관' 구본웅 화가가 소설가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1935), 국립현대미술관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용기)께서 이상(李箱) 이야기, "날개" 이야기를 해주실 땐 무덤덤했었다. '날개라니, 사람 주제에 무슨 날개 타령이야?'

그 무덤덤함이 너무 오래 지속된 것이었다.

아, 내게도 날개가 있다는 걸 분명히 의식하고 살아올 수 있었더라면......

한동안이라도 알 수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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