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내 날개'가 떠올렸다.
내 날개?
그런 게 있었나?
있었지?
그걸 어떻게 했지?
그리고 내 날개는 찢겨 나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가 그 날개를 가지고 있는 줄을 까맣게 몰랐다. 모른 채 살아왔다.
그 날개가 찢겨 나갔다는 걸 알아챈 순간, 내게도 날개가 있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날개가 있었다는 것도, 그 날개가 찢겨 나갔다는 것도.
허전하고 서글펐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날개》(李箱)에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용기)께서 이상(李箱) 이야기, "날개" 이야기를 해주실 땐 무덤덤했었다. '날개라니, 사람 주제에 무슨 날개 타령이야?'
그 무덤덤함이 너무 오래 지속된 것이었다.
아, 내게도 날개가 있다는 걸 분명히 의식하고 살아올 수 있었더라면......
한동안이라도 알 수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