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잘 계시나요?"
어제 오후에 재숙이가 전화를 했다. 정초 인사였다.
재숙이는 짐작으로 61세? 62세? 딸 둘을 결혼시켜 손주들을 보았다. 막내는 아직 장가를 가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다닐 땐 못 먹어서 그랬겠지? 호리호리하고 도무지 말수도 없고 내 표정만 빤히 바라보았다.
"재숙이구나!"
연휴라서 남편과 함께 채소밭에 나왔단다.
"이 추운 날 채소밭에는 왜?"
"쌤, 여긴 겨울에도 농사지어요."
"허, 그래?"
재숙이네는 남해의 섬에 산다. 날씨와 겨울채소 가꾸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나는 재숙이의 설명을 들었다.
"손주들은 재숙이 닮았겠지?"
"쌤, 저 닮으면 안 되죠! 공부도 제일 못했는데..."('그건 그랬지.')
"넌 일 나가시는 엄마 대신 동생들 보느라고 공부를 할 시간이 도통 없었잖아."
그런 얘기들을 하다가 일하는 사람 데리고 너무 오래 끈다 싶어서 나중에 또 연락하자고 했다.
난 '반말'을 한다는 것이 막상 전화가 오면 "재숙이" "재숙이" 한다.
아내는 제자들에게 그러지 말고 '하게'를 하라고 하고 그 말 들을 땐 그렇다, 그래야지 싶어도 전화 오면 다 잊어버린다.
아내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난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러다가 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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