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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든 책

《보고 읽고 생각하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 2

by 답설재 2025. 1. 21.

 

 

 

부끄럽다.

나는 이런 책을 낸 적이 없다고 하거나 누가 나 몰래 저질러 놓은 일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그런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나에게는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런 것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교육부에서 학교로 나온 이듬해(2005) 봄, '아침나라' 황근식 사장이 (선배 대접을 한다고 그랬겠지) 이런 책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흔쾌히 인쇄해 주었다.

몇천 권을 찍어서 소진될 때까지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으니까 그는 이래저래 손해를 보았다.

 

내가 생각한 책 제목은 이게 아니었는데 황 사장은 내 생각을 듣고도 이 제목을 붙여버렸다.

나는 교육자로서의 겸손은커녕 이렇게 낯 뜨거운, 노골적인 제목을 붙였다고 오랫동안 섭섭해했는데 이 책이 다 팔리고 나서 그래도 이런 제목이라도 붙였기에 구입한 독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제목 때문에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는 영영 미안한 일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해준 황 사장에게 고마워하지 않은 것도 미안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이 다 부끄럽고 미안하다.

그런 부끄러움, 미안함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