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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거짓말을 알아채는 사람들

by 답설재 2025. 3. 3.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188)의 삽화 캡쳐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표정에는 진실이 드러난다"고 니체도 말했지만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표정, 몸짓, 태도에 나타나는 거짓과 부자연스러움을 민감하게 파악한다. 설령 상대가 보이지 않더라도(앞을 보지 못하는 언어상실증 환자가 아주 좋은 예이지만) 인간의 목소리에 담긴 모든 표정, 다시 말해서 말투, 리듬, 박자, 음악성, 미묘한 억양, 음조의 변화, 높낮이 등을 날카롭게 파악한다. 진실하게 들리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좌우하는 것이 목소리의 표정인 것이다.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실인가 아닌가를 이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언어는 상실했지만 감수성이 특히 뛰어난 그들은 찡그린 얼굴,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특히 부자연스러운 말투와 박자를 보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따라서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에 속지 않으며 현란하고 괴상한(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 말장난과 거짓, 불성실을 간파하고 반응을 보인다.

 

 

올리버 색스의《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이 글을 보았다(149).

이로써 어른은 속일 수 있어도 아이들은 속일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럼, 아이들은 왜 말이 없을까?

대처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거나 어른이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 주는 게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차곡차곡 기억의 창고에, 가슴속에 쌓아두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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