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게 실험 같아.
새로 모임에 나가거나 무슨 일 벌이는 게 성가셔서 그런 건 하지 않기로 했는데 그러자 일상이 더 단조로워졌어.
무얼 하든 하루를 채우는데도 그렇게 느껴져.
겨울이어서 풀 뽑고 벌레 구경하는 일도 하지 않으니까 새삼스러워.
오고 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있어.
새벽에 이웃 아파트 불빛을 세어보며 어제 일들을 떠올리면 하루가 하루로 느껴지질 않아.
방금 있었던 일 같거나 그새 잊고 있었던 걸 확인하는 듯해.
세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커피를 내리는 일도 그렇고, 산책 나갈 준비를 하는 것도, 늦은 밤 자리에 눕는 것도 그래.
'그새?' 싶어.
한 달 전이면 11월이었고, 그즈음 메모나 찍어둔 사진이 눈에 띄면 그립고 눈물겨워.
지난해 그 시간들도 그래.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비어 있는 것 같던 그 시간들이 그립고 눈물겨워.
그렇게 해서 나의 80년이 가고 있을까?
나에게도 스무 살 서른 살의 시간들이 있었을까?
그 시간들이 와서 나를 두고 가버렸을까?
내가 여기 이렇게 더 앉아 있으면 2025년도 그렇게 가겠지?
살펴봐야지, 어떻게 오고 가는지.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나가진 못하더라도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는 살펴볼 수 있겠지.
그게 계획이야.
2025년, 그 한 해는 또 어떤 시간들일까?
조용히, 그 시간들 속의 나를 지켜보고 싶어.
여기에 남아서 그 세월을 보낼 수 있다면 그 한 해도 다시 그리운, 눈물겨운 시간들이 되는지.
어때, 내 시간들?
낯설어?
그래도 우리는 늘 궁금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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