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커리 캐닌 글·그림《숏북 Short Book》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한 잡학사전
노승영 옮김, 양문 2010
나는 책 버리기에 이골이 났다. 이젠 버릴 책이 많이 줄었는데도 그렇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초조감 때문이다. 책을 들기만 하면 당장 버릴 것인가 나중에 버려도 좋은가를 따지게 되니까 책을 읽기보다 버릴 책을 찾는 데 목적을 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은 네 장으로 되어 있는데 앞 두 장(章) '올려다본 세상' '키 차별'을 읽고 버릴까 하다가 조금만 더 참아보자 싶었다.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한 잡학사전'이 키 작은 사람들을 조롱하고 절망·좌절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성의를 다해 위로해 주는 게 도리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유머로써 일관하고 있는데 그 유머들이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무슨 대단한 연구인양 읽고 또 읽으며 파악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유머가 수두룩하다면 누가 좋은 책이라고 하겠는가 싶었다.
그런데 '버리다니!' 큰일 날 뻔했다.
셋째 장 '작은 키, 큰 업적'에 들어 광범위한 분야에서 빛나는 업적을 이룬 키 작은 사람들을 기라성처럼 나열하고 있어서 겨우 나폴레옹, 베토벤만 마음에 두고 있었다가 마침내 키 작은 사람들도 괜찮구나 싶었다.
마지막 장 '작은 키 대책 본부' 이야기는 '작은 채로 살아가기'라는 글로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을 돕고 싶다. 직접 만날 수는 없겠지만, 당신이 도움을 받고 내가 거기에 한몫했다고 말하고 싶다. 도움이라 함은 당신이 일자리를 얻고, 연인을 찾고, 키가 크는 음식을 먹고, 참다운 진리를 발견하고, 좋은 노래를 배우고, 산뜻한 이탈리아제 옷을 사고, 금전적·정서적·신체적 고통이 허락하는 한 가장 좋은 성장 호르몬 치료를 받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많은 도움을 어떻게 주느냐고? 텔레파시를 이용하면 된다. 지금 느껴지지 않나? 나, 지금 당신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머릿속이 근질거리지 않아? (...)
이 부분에서 이 작가가 정말 키가 작은 게 분명하고 '이 사람 진심이구나' 싶었다.
작은 키로 직장 다니기, 남들을 올려다보아야 하는 설움, 연애와 키... 등등 여기서도 유머로 일관하지만 상당한 위안을 느끼게 되고 뭔가 키 작은 독자들이 새로운 각오 같은 걸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성장 치료는 다리 늘이기, 성장 호르몬 치료, 혀 굴리기 연습, 애들은 일찌감치 검사를 받도록 할 것 등으로 그중에는 다음과 같이 실제적인 대책도 들어 있었다.
애들은 일찌감치 검사를 받도록 할 것
성장 호르몬 결핍증을 일찍 발견할수록 최대 잠재 신장까지 자랄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아이가 어릴 때 검사를 시켜주지 않았으면 나쁜 부모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작은 키는 무엇보다 멋진 일이니까.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 얼른 가서 호르몬 검사를 해주라. 너 혹시 아직 어린애인데 키가 작아서 이 책을 읽고 있다면, 당장 자러 가! 잠깐, 이부터 닦아야지. 그다음에 이불 덮고 드러누워!
안타깝게도 누구나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합성 성장 호르몬 치료는 비용이 일주일에 1000달러까지 들 수 있으며, 성장 호르몬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만 시행해야 한다.
뭐가 나쁘냐고? 칵테일이 나쁘다! 합성 인체 성장 호르몬과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섞어 쓰는 것을 칵테일이라고 하는데, 이게 나쁘다는 거다! (...)
'이게 현실적인 정보일까?' 싶은 내용도 많이 보이지만 '이건 누가 봐도 진짜다!' 싶은 것도 있다.
'덜 힘든 키 크기 방법' 중 한 가지.
•스트레칭: 하루에 두 번씩 스트레칭을 하여 자세를 바로잡으면 키가 확 달라진다. 몸도 유연해져서 모던 댄스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이 책 앞부분에는 "진지하게 말하자면, 최대한의 유전적 잠재력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데는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하면서 이미 다 알려진 것이지만 중요한 요인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다.
•영양 결핍: 키가 크려면 어릴 때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푹 자야 한다. 모름지기 부모라면 트레드밀을 아이 침대로 삼고, 낮잠을 재울 때는 메디신 볼 두 개를 테이프로 가슴에 붙여주어야 한다.
•질병: 엄마 뱃속에 있을 때나 어릴 적에 병에 걸리면 성장 부진을 겪을 수 있다. 질병 이름을 알고 싶으면? 의대에 가라.
•스트레스와 신체적 학대: 연구에 따르면, 아이를 학대하거나 부부 싸움이 지나치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부 싸움을 너무 안 하면 어떻게 되는지 연구한 사람은 없다.
•내분비 장애: 성장 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으면 키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데, 이 경우는 성장 호르몬 요법을 받을 수 있다. (※ 이 포스팅에서는 위에서 이미 설명)
결론: 버리지 않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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