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lle Magazine 2024년 4월호 표지(부분)
"니콜 키드먼, 18년 동안 결혼생활하는 비결 “양방향 샤워기+화장실 2개 덕분”(해외이슈)"
인터넷 서핑 중이었다. '뭐라는 거지?'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57)이 컨트리 가수 키스 어번(57)과 18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을 털어놓았다.
그는 3일(현지시간) W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양방향 샤워기를 갖고 있다”면서 “양방향 샤워기가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하 생략)
18년 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고 자랑한 것도 그렇지만('나와 다른 세상 사람이긴 하지') 화장실을 2개(별도의 화장실) 설치한 걸 비결이라고 한 것도 어처구니없었다.
내겐 그랬다.
요즘은 규모가 작은 아파트에도 화장실이 2개소인 이유를 이 기사로써 분명히 이해할 것 같은데(정부 관계관 혹은 건설사 고위직 "여러분! 용변 보는 소리 때문에 이혼하진 마세요~") 그냥 두 곳 다 쓰는 게 편리하고 청소는 내가 다 하겠다는 간곡한 내 주장을 내 아내는 단호히 묵살해 버리고 굳이 한 개의 화장실을 당장 폐쇄해 버렸다("출입금지!!!").
그리고 아내의 그 조치에 대해 나는 지금은 무덤덤하다.
양방향 샤워기는 또 뭐지?
검색창에 넣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그런 게 있겠지, 이 사람아!' '그걸 알아내서 이 생활을 좀 개선할 것도 아니잖아').
문득 소설 "주군의 여인 1"(알베르 꼬엔)이 생각났다. 멋진 남자 쏠랄의 생각이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 쏠랄이 아름다운 유부녀 아리안 도블을 앞에 두고 자신이 여인들을 무너뜨리는 전략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니콜 키드먼이 화장실을 2개 마련해서 남편과 별도의 화장실을 쓰는 이유, 18년의 결혼생활을 유지한 비결을 이해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적으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 것, 오만한 제왕처럼 행동하고 사회적 지위를 벗어던진 낭만적인 남자처럼 보일 것. 화려한 실내복, 백단 묵주, 검은색 외알 안경, 리츠의 스위트룸, 이런 것들을 갖추고, 혹시 배가 아파도 조심스럽게 감출 것, 이 모든 것이 멍청한 여인의 눈에 놀랄 만큼 멋진 연인으로 보이기 위해서이며, 변비약을 먹는 남편과 정반대라는, 숭고한 삶을 가져다줄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요. 불쌍한 남편, 남편은 절대 시적일 수 없소. 하루 스물네 시간 연극을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늘 아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딱하기 이를 데 없는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거요. 남자들은 모두 딱하다오. 여자를 유혹하는 남자도, 황홀해하는 멍청한 여자 앞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면, 혼자가 되면, 모두 마찬가지라오. 모두 딱하지. 나부터도!
아이로니컬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리안은 영영 헤어날 길 없는 쇠사슬에 묶여버린다.
더구나 쏠랄의 '사랑 강의'는 그렇게 해서 남녀가 얽히게 되고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사랑의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해 버린다.
베네찌아 여행은 순조로울 거요. 시詩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시도 잘 이어질 거요. 지폐가 많고 제일 비싼 호텔의 스위트룸이 있으니까.
하지만 여섯 주가 지나면 세 번째 짝 역시 기운이 빠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지고, 그냥 남편이 될 거요. 그가 생리적인 것에 진력을 내고 사회적인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시 일을 시작하고 판프리스 같은 자를 초대하고 진급과 류머티즘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암컷은 갑자기 그동안의 착각을 깨닫고 다시 영혼이 고양된다오. 늘 그러듯이, 잘못 생각했던 거지. 암컷은 남편에게 말하기로 결심하고, 엄숙해 보이기 위해 머리에 황금빛 터번을 두를 거요. 세 번째 수컷 거미여, 암컷 거미가 털이 수북한 발들을 가지런히 모으고 말할 거요. 우리 이제 서로 품위를 지키면서, 쓸데없이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고상하게 헤어져요. 괜히 서로 욕하면서 행복했던 시간의 고귀한 추억을 더럽히지 말아요. 어쨌든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순 없잖아요. 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삶, 시일 때도 있고 음악일 때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시도 음악도 아니었다.
시나 음악은 아닌 그 무엇이었다.
모르겠다.
본래 알 수 없는 것이거나 나 같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니콜 키드먼 같은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니콜 키드먼과 나의 세상은 분명 다르다.
시처럼 음악처럼 살면 어떤 모습일까?... 쏠랄의 저 말은 진실일까?
시처럼, 음악처럼......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한(小寒)에 내린 눈 (4) | 2025.01.05 |
---|---|
태양이 지구를 삼키건 말건... (4) | 2025.01.05 |
치토스와 빼빼로와 나 (12) | 2025.01.04 |
"요 자그마한 부인이 이 거대한 전쟁을..." (6) | 2025.01.03 |
故 현승종(玄勝鍾) 총리의 인상 (3) | 2025.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