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날 눈이 많이 내렸다.
지난 초겨울의 폭설처럼 볼 만하진 않고 여기로는 세 번째여서 '또 내리는구나' 싶었다.
눈발 속으로 구세군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동네 중심지에 나와 있던 구세군은 엊그제 봤더니 이미 철수해 버려서 그 자리가 썰렁했다.
그들이 추위를 지켜야 하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아직 추운데 벌써 가버렸나 싶었다.
이 눈 내리고 나면 며칠간 많이 춥겠다고 했다.
'소대한 지나면 얼어 죽을 사람 없다'는 속담도 있지만 소한이 춥다는 속담은 더 많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푹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에 집 나간 사람 찾지 말라.'
'소한의 얼음 대한에 녹는다.'
'소한이 대한 집에 몸 녹이러 간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라도 한다.'
그렇긴 하지만 이 고비 지나고 나면 좀 낫겠지.
그러다가 마침내 봄이 오겠지.
겨울이 시작될 땐 늘 아득하지만, 긴 밤들 지내며 생각도 깊어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이 와 있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들어앉아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듯한 느낌 때문에 좋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렇게 좋진 않다.
겨울이어서 그렇고 여름이 되면 또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몸이 무거워지면서 겨울이 두려워졌다.
모자를 썼는데도 빙그르르 도는 느낌이어서 개운치 않을 때가 있다.
봄은 아직은 좀 멀겠지만 오고는 있겠지.
나는 골골하는 체질이지만 그런 채로 세월을 타고 가는 것으로는 행운아인 것 같다.
풍랑을 헤치고 부두 가까이 다가간 돛단배처럼...
봄은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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