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브로진스키·제임스 깁슨 《위선과 착각》
Eat or Be Eaten: The Truth About Our Species ─ The Marriage of Darwin and Machiavelli
이채진 옮김, 시아출판사 2004
인간이 짐승보다 나을 것도 없다, 차라리 짐승보다 못하다, 위선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형편없다는 식으로 쓴 책은 드물어서 나로서는 두 번째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당신은 원래 들짐승이었다.
어느 날 깊은 잠에서 깨어보니 이빨과 발톱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렇지만 당신은 여전히 벌판에서 살아 나가야만 한다.
어떻게 먹고살겠는가?
가지고 있던 방어수단을 잃어버린 당신은
이제 권모술수를 연마하기 시작하고,
머지않아 사기술에 도통한다.
이 책은 속임수에 관한 책이다.
자신과 세계를 기만하는 술책을 다루고 있다.
원래는 수많은 동물 중의 하나였으나,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파멸의 전도사로 돌변해 버린
어느 종(種)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위선으로 가는 길, 타락의 시작, 치욕이 된 무지, 사라진 낙원, 벌거벗은 임금님, 왜 우리는 자유를 포기하는가,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기만하는가, 과잉폭력, 인간은 살육하는 존재다, 선악의 이분법, 우리는 얼마나 지혜로운가…… 이런 것들이 그 내용이다.
가령 '위선으로 가는 길'에 붙은 격언(예).
·인간은 위선으로부터 배우는 유일한 동물이다. 고상한 척하면, 결국 고상하게 된다. ─ 진 커(Jean Kerr)
·위선은 습관이나 성격보다 더 쉽게 형성되며, 우리는 감정이나 행동 원리를 부인하는 것을 그 무엇보다 먼저 배운다. 누구나 욕망의 씨앗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ville)
·위선은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악덕 중에서 가장 어렵고 괴로운 것이다. 그것은 끝없는 긴장감과 정신적 일탈을 필요로 하며, 정욕이나 식욕처럼 시간이 남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다. ─서머싯 몸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되었다 하더라도, 위선이 똑똑한 어른의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조금이라도 영리한 아이들은 누구나 금방 그것을 눈치채고 반발한다. ─톨스토이
·위선자는 자신의 술수에 말려든 사람을 경멸하지만, 그는 자신에 대한 자존(自存)도 없는 사람이다. 가능하다면 그는 자기 자신도 속이려 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해즐릿(William Hazlitt)
·위선은 인간이나 천사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유일한 악이다. 그것은 오로지 신만이 알 수 있다. ─존 밀턴
모르겠다.
이렇게 살지 말라는 뜻이겠지만, 착한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고, 그렇지 않은 인간은 이렇게 외치겠지?
"와! 여기에 다 나와 있잖아! 인간의 탈을 쓰고 악마의 길을 걷는 방법, 결코 드러나지 않을 위선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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