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고는 교과서밖에 없었던 그 산촌에서의 국민학교 시절에는 여름·겨울 방학책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때도 교과서는 딱딱했던지 방학책을 받을 때마다 '이런 책도 있구나!' 싶었다. 여유롭고 친절했다. 방학책 한 권으로 길고 긴 여름방학, 더 긴 겨울방학을 지내는 건 좀 미안한 일이었고, 별도 과제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현대문학" 9월호 표지를 보며 그 방학책들, 아스라이 사라져 간 그 여름 겨울들을 떠올렸다.
(...) 포 킴 예술은 한마디로 '아르카디아의 염원' '낙원의 동경'이라 풀이할 수 있다. 영원한 희원禧園 아르카디아는 인간이 좇는 행복의 땅이다. 그것은 미래의 희망으로 가득 찬 신화 같은 세계지만, 또한 좋았던 과거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아르카디아란 손에 잡을 수 있는 희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애절한 향수이기도 하다. 포 킴 작품에는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으로 이어지는 디아스포라의 삶, 그 희망과 향수의 수레바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포 킴 작품에는 때로는 죽음처럼 어두운 과거가, 때로는 유토피아 같은 밝은 미래가 교차한다.
─ 김복기 「'지상의 낙원'을 그리다─뉴욕 한인화가 포 킴」
전시 서문 중에서(학고재 제공)
'표지화가의 말'에서 옮겼다.
"현대문학" 9월호에서 포 킴의 그림을 더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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