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사이먼 후지와라 씨에게

by 답설재 2023. 8. 13.

 

 

 

후지와라 씨!

이번달 《현대문학》표지에서 후지와라 씨의 작품을 봤습니다.

 

피카소 그림은 아니고, 아니라 하기도 그렇고, 이건 희한한 패러디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한번 장난을 하자는 것이었을까? 그럴 리 없는데...'

미안합니다. 이 월간지는 우리나라 굴지의 월간 문학지여서 표지 그림을 그리 가볍게 선정할 리가 없거든요. 잘은 몰라도 창간호부터 지난달 823호까지의 표지 구성을 생각해 보면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거든요.

 

그래, 그렇긴 하지만 무슨 의미가 있겠지... 하고 책을 읽어가며 군데군데 들어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상하지, 지금까지 이 월간지에서 본 다른 표지화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때보다 눈길이 오래 머물곤 했습니다. 작품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주면서도 후지와라 씨의 특별한 향취가 느껴졌고, 일련의 작품들이 각각 독특한 아름다움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열두 작품이 실려 있더군요.

책을 읽으며 살펴본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다시 보고 또 보고 했습니다.

기이했습니다. 볼수록 아름답고 재미있고, 다른 화가의 작품을 재구성한 것인데도 독창성을 풍기고 있거든요.

 

후지와라 씨.

귀하의 작품을 더 보고 싶습니다.

독창성이란 참으로 끝이 없는 덕목이 아닌가 싶고요.

후지와라 씨는 내가 대충 알고 진실로는 모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득함을 느끼게 해 주네요.

 

 

 

「Who's Identity Soup? (Four Options)」, 2022, 실크스크린에 목탄, 종이 콜라주, 각 93×53cm (4 parts) ⓒ Simon Fujiwara, Courtesy of Gallery Hyundai.

 

「Who's Muse?(Pink Lady)」 2023,캔버스에 목탄, 파스텔, 100×70×2.5cm ⓒ Simon Fujiwara, Courtesy of Gallery Hyundai.

 

「Who's History of Art? (Confused Baer)」, 2023, UV 프린트, 목탄, 색종이 콜라주, 96×68cm ⓒ Simon Fujiwara, Courtesy of Gallery Hyundai.

 

 

 

'그림과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샤갈의 마을」展(2010 겨울)  (10) 2023.05.17
지루한 수업  (22) 2022.10.06
빠다샹젱(八大山人) 〈목련도〉  (2) 2022.09.23
마티스 〈댄스〉  (4) 2022.09.12
혜가단비도(慧可斷臂圖)  (0) 20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