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련 《살구나무 골대》
조혜정 그림, 연암서가 2024
전원주택을 지어 시골로 내려가 사는 은우네 삼대(三代) 이야기다. 삼대 이야기지만 사실은 주요 등장인물은 은우와 동생 은한이(표지화에도 나오는 저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이고, 아빠와 엄마는 기꺼이, 자연스럽게 엑스트라가 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미소를 지었다. 날씨도 그렇고 뉴스도 그렇고(웬 뉴스를 어떤 방송은 거의 하루종일 전하고 있다. 질리지도 않나...) 짜증 나기 딱 좋은데 이 책을 들고 있는 동안에는 무슨 마취제를 맞은 것처럼 '행복'해서 차라리 남은 시간에는 동화나 자꾸 읽을까 싶기도 했다.
일화는 은우네 살구나무를 소재로 이어진다. 살구나무꽃이 피어 살구를 다 딸 때까지. 특별한 일도 아닌, 당연한 이야기들인데도 신선하고 즐겁다. 동화를 보면 억지가 많고 해서 어른들이 읽기에는 좀 거북한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진짜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책이라면 어른들부터 읽어보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걸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라고 하겠지?
손자들과 자주 티격태격 하는, 손자들에게나 할머니에게 걸핏하면 성질을 내고 언성을 높이는 할아버지에게 마음이 갔다. '이 사람은 흡사 나 같네? ^^ 심장이 아니라 암 수술을 받은 건 다르지만...'
표지화에서 은우, 은한이와 함께 있는, 지금 살구나무에 무슨 처치를 해주고 있는 저 인물은 유감이지만 할아버지가 아니다. 마을 이장(里長)이다.
방송에 나오는 전원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친절하다. 한결같아서 나는 방송을 믿지 않는다. (방송이라면 사람들이 침을 튀기며 좋다고 하는 맛집도 의심한다.) 내가 아는 몇몇 곳은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 동화(소설)에도 그런 설명이 나오지만 지금 시골은 그런 곳만은 아니다.
그런데!
이 동화(소설)는 은우네에게 조립식 축구 골대를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 준 사실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야기의 전개상 그 일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일 수 있다는 것을 마지막 그 장면에서 알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나라 전원마을들이 이 이야기 속의 마을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 바뀌면 좋겠다는 것을 생각하며 책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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