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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by 답설재 2024. 7. 24.

'나무위키'에서 찾은 니키포로스 포카스

 

 

 

왕관을 벗어 버리고 이곳에 숨어 수도자 생활을 하려던 열망을 지녔던 비극의 황제 니키포로스 포카스가 건설했다는 유명한 대수도원 라브라스를 어서 보고 싶어서 우리들은 날이 밝자마자 길을 떠났다. 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욕망이 놓아주지 않아서 황제는 속세를 떠날 날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다시 미루면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결국 가장 신임했던 친구가 칼을 들고 찾아와서 그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럴 수가 있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나의 벗 시인─아토스 산)에 나온 이야기다.

 

니키포로스 포카스 황제가 아직 젊었던가? 그랬다면, 좀 더 살아보고 나중에 결정해도 좋았을 일을... 그렇게 미련을 둘 일도 아니었건만... 혹 모르는 일이긴 하지. 다 늙어빠져서도 성적으로 건재함을 자랑하는 경우가 없진 않으니...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무슨 배경 같은 게 더 밝혀질까 봐 그다음을 읽어보았다.

 

 

우리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나는 니키포로스 포카스의 고해 성직자인 성 아타나시우스가 심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제자 에루티미우스가 심었다는 잎이 무성하게 자란 삼나무 두 그루가 마당에 우뚝 서 있었다. 정상이 완전히 눈으로 뒤덮인 아토스가 판토크라토르처럼 수도원 위로 솟았다.

 

 

니키포로스 포카스 이야기는 그게 전부였다.

나는 이런 이야기가 좋다. 사람마다(그리고 읽을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이 이야기가 더 나와 있는 곳 없나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시콜콜 다 밝혀진 이야기일수록 시시하게, 시시콜콜하게 보인다.

'판토크라토르처럼'?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는 우주의 지배자라네. 

 

 

☞ 나무위키에서 이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세상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정말 끝이 없다. 이런 걸 두고 어떻게 내가 또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드는지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입을 닫고 살아도 충분할 일을... 자객이 된 황제의 조카에게 문을 열어준 것은 황제의 아내였고, 그녀는 황제의 조카와 사랑을 나누는 사이였다.

니키포로스 포카스 황제는 일이 그렇게 된 줄 알고 죽었을까?

 

이런 기구함은 옛날 얘기에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또 많이 차려놓을수록 더 기구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단 미련이 더 클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