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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여성해방? 아예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이면 어떨까?

by 답설재 2026. 4. 20.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 표지화

 

 

 

여성은 가부장적 지배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가부장적 지배로부터의 여성해방은 사회의 휴머니즘화를 위한 기본 전제이다.

 

에리히 프롬의 생각이다. "소유냐 존재냐"에서 그렇게 썼다(273~276).

그는 여성이 남성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에 대해 여성 특유의 무기, 여성의 가장 신랄한 무기라고 했다.

 

남성과 여성 간의 투쟁은 계급투쟁만큼이나 오래된 것이지만 한결 복잡한 형태를 취해왔다. 남성은 여성을 부리는 일꾼으로서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연인, 위안부로서 끊임없이 필요로 해왔기 때문이다. 이 싸움은 때로는 노골적으로 잔인하게 노출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숨겨진 양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성들은 남성의 힘에 부득이 굴복하면서도 여성 특유의 무기를 동원하여 반격을 가해왔다. 여성의 가장 신랄한 무기는 남성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역사나 소설에서도 그런 장면들을 볼 수 있지만, 부부간에 TV에 나온 경우 여성이 남성을 웃음거리가 되게 하는 장면도 봤다. 그런 경우 방송에 기대어 재미 삼아 하는 짓이라는 핑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웃음거리가 된 것에는 '변함없다'는 여운을 남긴다. 묘한 일은, 어떤 이유일지라도 남성은 여성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는 또 20세기에 일어난 여성해방과 남성의 몰락에 대해 참으로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아마도 훗날의 사가(史家)들은 20세기에 일어난 최대의 혁명적 사건은 여성해방의 시작과 남성 우월권의 몰락이라고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여성해방을 위한 싸움은 이제 막 개막되었을뿐더러 남성 측의 저항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지금껏 남성의 모든 대(對) 여성관계는(성적 관계를 포함해서) 세칭 남성의 우월성에 기초를 두고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남성들은 이미 남성 우월의 신화를 믿지 않는 여성들을 대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이 문제를 에리히 프롬만큼 정확하게 표현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렇지만 불안과 두려움? 그 단어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더 정확한 용어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에리히 프롬의 관점을 대변할 만한 작품을 찾아보라면,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가 쓴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들면 될 것 같다.

책 소개의 일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정반대로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 이곳에서는 남성이 가정을 지키고 모든 사회활동은 여성이 책임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이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어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고, 여성들은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니지만 반대로 남성들은 성기를 반드시 가리고 다녀야 한다.

 

놀라울 정도로 노골적이거나 차갑고 소리 없는 미소를 지을 만한 부분도 있지만, 다음은 훨씬 점잖은 부분을 옮겨 본 것이다. 지금 아들이 어머니에게 남성('맨움' : 여성은 '움') 해방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어머니의 생각은 추호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잠시 동안 멈췄다. 페트로니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쪽에서 이렇게 시인하니 말문이 막혔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책이 완전히 너 자신을 맨움 해방의 대변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페트로니우스. 그런데 맨움이 지배하는 사회라니! 맨움이 계획을 세우고 사회를 통치한다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건 생각할 수 없는 게 아녜요. 그런 사회는 존재했었다구요! 단지 우리가 그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들은 게 없을 뿐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 끔찍한 모권제 안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존재했었다고! 그렇지. 그것이 존재했었겠지. 그런데 그 사회가 어떻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페트로니우스?”

페트로니우스가 침묵을 지켰다.

“우리가 전에 들어본 적도 없는, 네가 존재했었다고 말한 그런 가부장제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가부장제가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니? 왜 그 존재를 증명하는 분명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응?”

페트로니우스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갈피를 못 잡았다.

“아니다, 페트로니우스. 너도 알겠지만…… 맨움은 생명과 실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단다. 그들은 자손과 육체적 연결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죽으면 세상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능력이 없단다. 맨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모든 땅의 생명이 죽어 없어질 거야. 만일 맨움을 억압하지 않는다면, 만일 맨움이 제지되지 않는다면, 만일 그들이 교화되지 않는다면, 만일 그들이 그들의 자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생명은 소멸할 거다……”

루스 브램은 이 마지막 말로 논쟁을 끝냈다.*

 

석기시대의 부족장은 저런 사내였을까 싶은 사람이 눈에 거슬려 이 책들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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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대화체는 모두 행갈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