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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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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2(온라인 학습)

by 답설재 2024. 5. 26.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김인수 옮김, 리더스북 2017

 

 

 

 

 

 

CHAPTER 29 (발췌)

 

HBX, 전략에서 도입까지

교실학습과 온라인 학습의 결합이

열어갈 교육 신세계

 

 

답을 구하기 전에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하라

 

우리는 모든 대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잊지 않았다.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그리고 이길 방법은 무엇인가?

 

"교육을 민주화하라", "세계를 평평하게 하라", "신기술을 포용하라"처럼 온라인을 둘러싼 좋은 말들에 현혹되기 쉽다. 이런 말들이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 하지만 개인의 결정을 이끌어주는 데 있어서는 그리 유용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전략에 관한 기본 질문이었다. 학습자는 누구인가?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 것인가? 디지털 우선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스타 강사진을 갖추고 뛰어난 강의를 제공하라. 그러면 학습자들이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학습자가 누구인지 또는 학습자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이 말은 마치 제품을 만들어놓고 고객을 찾아나서라는 말과 같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는 사용자 중심이 아닌 제품 중심적 사고라 할 수 있다.

"학습자는 누구인가"라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하다 보니 콘텐츠와 교수진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강의 자료의 범위를 알아내는 일이 쉬워진다는 뜻이었다. 이 질문은 학생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학생들에게 어떤 개념을 가르쳐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개인별 학습자에게 집중한다는 말은 우리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단 하나의 측정 기준, 사람 수가 아닌 학습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에 집중한다는 뜻이었다.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우선순위 결정과 혁신은 대립관계가 아니다

 

사용자 연결 관계와 사회적 학습에 대한 신선한 깨달음

 

한 줄기 깨달음의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나는 수첩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콘텐츠 제작과 능동적 학습에 97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적 학습에는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는 이를 완전히 뒤바꿔 사회적 학습에  97퍼센트, 콘텐츠에 3퍼센트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문영미 교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모든 사람의 대답을 반영하기 위해 대화 공간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작아 보이는 차이가 학습에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자신이 답을 함과 거의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답이 올라오고, 서로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학생들에게서는 학습이 이루어진다.

 

교수가 예고 없이 학생을 선택해 질문하는 콜드 콜cold call은 사례 학습법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법이다. 교수는 수업중 아무 때나, 아무 학생에게나 무작위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질문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으며 개념적일 수도 있고 분석적일 수도 있다. 교수는 질문을 던진 후 바로 다음 강의로 넘어갈 수도 있고, 한 학생에게 몇 분 동안 연속해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콜드 콜은 소크라테스Socrates 방식의 핵심이다. 학생들은 콜드 콜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까지 그 순간을 기억하기도 한다.

 

※ 학습의 4단계 : 수동적 학습 → 능동적 학습 → 적응적 학습 → 사회적 학습

 

적응적 학습 :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이미 IXL 같은 플랫폼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교수진이 존재하지 않아도 잘 작동하는 온라인 학습 모델이 필요했다.

 

고품질 온라인 교육은 어떻게 확장성을 높일까

 

무크의 강의 포맷은 수십만 명의 학습자에게 쉽게 방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의 문제점은 개인 학습자의 참여도를 끌어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HBX* 설계를 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는 참여도와 스케일, 둘 다 원했다.

(HBX라는 이름은 요즘 어디에서나 뒤에 붙이는 X를 하버드 비즈니스Harvard Business에 결합한 것이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영문 Harvard Business School의 첫 글자를 따면 HBS가 되는 것처럼, 온라인 교육은 X를 붙인 것이다.)

 

교실 수업중에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나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다.

 

교실 수업에서는, 교수진이 학생들에게 깊이 생각해보도록 권장한다. 온라인에서는 중요한 순간에 '공유된 생각'을 삽입하면 될 것이다. 교실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지 교수가 확인한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는 콜드 콜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시작점이 다르면 필요한 전략도 다르다

 

우리는 여러 면에서 '무크 모델'과는 다른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선별적 대 개방적, 소유권이 있는 플랫폼 대 공동 플랫폼, 통제적인 접근 대 유연한 스케줄, 실명 대 가명, 유료 대 무료, 이처럼 여러 면에서 우리 모델은 무크 모델과 달랐다.

 

우리의 시작점은 사례 연구법이었다. 매번 선택의 순간마다 학생 중심의 학습이 기준으로 작용했다는 말이다. 우리 모델이 다른 이유는 연결 관계 때문이다.

 

동료 학습은 다른 선택들에 도미노 효과를 끼쳤다. 학생들은 공유된 학습 경험을 필요로 할 것이다.

 

동료 학습은 여러 가지를 필요로 했다. 성적이라는 적절한 유인책이 필요했으며, 토론 게시판을 쉽게 검색할 수 있어야 했다. 또 참가자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참가자들에게만 제한적인 페이스북 그룹을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를 증폭시키기 위해서였다.

 

얼핏 생각하면 무료로 신속하게, 개방된 형태로 제공되는 무크 방식이 올바른 방식이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반대로, 등록 상표가 붙은 플랫폼을 만들고, 기존의 학습자들을 타깃으로 설정하며, 교수진과 상호교류가 거의 없는 우리 방식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변화에 따르는 이익과 손해, 그리고 주의 사항

 

HBX의 오픈과 열광적 반응

 

2014년 3월 21일에 HBX 웹사이트를 오픈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대대적인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하버드경영대학원 강의실 경험만큼이나 매력적이고 강력한 온라인 학습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둘째,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의 장점인 사례 연구 교수법에 직접적인 기반을 둔다는 점을 알리고자 했다.

 

진지한 학습자를 찾고 있었다.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학습자, 혼자 공부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울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대략 10주간의 첫 CORe** 프로그램 수강에 1,500달러를 책정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게 될 뿐만 아니라 출근 첫날부터 좀더 준비된 자세로 시작할 수 있다. 이 논리에 따라 '준비가 되었음'을 보장하는 입문 수료증Credential of Readiness이라는 의미에서, 우리 온라인 프로그램을 HBX CORe로 이름 지었다.)

 

일반적으로 무크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90퍼센트의 중도탈락률을 우리는 허용할 수 없었다. (...) 학비는 학습 의욕을 상징한다.

 

우리의 눈앞에 사용자 연결 관계의 힘과 능력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이수율은 86퍼센트였다.

 

학생들의 피드백은 놀라웠다. "제 평생 최고의 학습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교실 경험을 대신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이 프로그램보다 뛰어난 프로그램은 보지 못했습니다.", 한 학생은 "개개인 맞춤학습 같았다."고 표현했다.

 

엘리트 기관에서 온, 질문이 많은 일부 학습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학생들은 HBX를 완수하는 데 많은 노력이 들고, 프로그램이 엄격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6개월 후에 전 세계의 학습자들에게 CORe 프로그램을 개방했고, 9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대화를 나눌 때 학생마다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데, 이것도 HBX에서만 볼 수 있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 분명하네요."

 

학습자들은 우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이 '자율성 부여'에 있다고 했다.

 

수강자의 45퍼센트 정도가 외국인이었다. 국가 수로 따지면 94개국이 넘는 나라의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사회적 학습은 HBX의 고정 원칙 중 하나였다. 토론 게시판 참여율은 대략 75퍼센트 정도였다. 동료들 사이의 토론은 효과가 있었고 날카로웠으며 흥미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그룹의 소속감도 생겨났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은 도쿄, 런던,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실질적인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학습자들은 재능이 있었고 의욕이 넘쳤으며 다양했다.

 

2015년 초, 애초의 계획대로 CORe를 우리 학교의 MBA 학생들에게도 개방했다.

 

우리의 두 번째 HBX 플랫폼인 'HBX 라이브'가 2015년 8월에 모습을 드러냈다. HBX 라이브는 가상 교실(문영미 교수의 아이디어)인데, 실제로 60개의 의자 대신 60개의 스크린을 설치해서 전 세계의 학습자들이 실황으로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 HBX 라이브는 다대 다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BBC 라디오와 하버드 동료인 마이클 샌델과 함께 '글로벌 필라소퍼The Global Philosopher'라는 이름으로 실험용 시리즈를 실시했다.

 

진정한 멀티 플랫폼 교육을 위해서 교실 학습 경험과 온라인 학습 경험이 결합되는 미래를 그려볼 준비를 마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