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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雪柳'라는 이름

by 답설재 2024. 4. 14.

2019년 4월 어느 날 저녁 어스름에 아파트 건너편 소공원에서 발견!.

 

 

 

"雪柳가 피어났네~~"

 

淸님이 블로그 "Bluesky in Nara"에 그렇게 써놓았다.

(https://nadesiko710.tistory.com/13412054).

 

설류? 뭐지?

뭐가 이 이름을 가졌지?

 

조팝꽃이었다.

'조팝'은 튀긴 좁쌀 혹은 조로 지은 밥에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그곳 사람들은 설류라고 하는구나...

雪柳, 고운 이름...

 

문득 '윤슬'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난 그 단어를 모른 채 살아오다가(그걸 몰라서 무슨 이변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연전에 '윤슬'(박상수)이라는 시를 보고 그 말, 그 시에 놀라서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 아파트에 '윤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다.

그 아이 엄마 아빠가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주었겠지? 윤슬처럼 아름답게 빛나라고...

 

조팝나무를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아이구야! 이름이나 종류에 대한 내용이 여러 가지였다.

복잡하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교과서처럼 사실(事實)을 조목조목 나열하고 설명한 건 쳐다보기가 싫다. 교육부에서 근무할 때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교과서를 만들고 관리하고 했는지 나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가 없다.

복잡한 건 내 인생만으로 됐다!

내게 그런 복잡한 것들을 읽어보라고 하면, 지금까지 살아온 내게 돈에 굴복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이명이 심하게 들린다니까, 사시사철 기계음 같고, 한여름 말매미 소리, 늦가을 풀벌레 소리가 내 귀에서 들리고 있다니까, 양쪽 귀에서 서로 다르게 들릴 때는 제정신인 게 신기할 정도라니까, 수십 년 이렇게 살아온 내게 큰일 나니까 그냥 두지 말고 얼른 치료해야 한다며 용한 의사를 알고 있다거나 종교를 가져야 한다거나 자신이 무슨 심령술사라며 좀 만나자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래저래 나는 이승의 오프라인에 겁을 먹었다.

뭐든 차 한 잔 마시면 끝나는 일 같으면 얼마나 좋겠나.

'윤슬' '설류' 딱 그 한 마디 같으면 얼마나 좋겠나.

 

이쁜준서님 블로그 "봄비 온 뒤 풀빛처럼"에 가면 꽃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괜히 무슨 학문적인 건 없다.

그 '옥상정원'에 찾아가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오면 된다.

복잡하지 않다.

오늘은 당조팝꽃을 보고 왔다.

삶으로써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건 준서네 할머님 그분이 하고 싶은 일이고 나는 무슨 은혜를 베푼 것도 아니면서 그 아름다움을 편안하게 보는 사람이다.

 

당조팝꽃 https://asweetbasil.tistory.com/entry/%EB%8B%B9%EC%A1%B0%ED%8C%9D%EA%BD%83-2

 

당조팝꽃

당조팝은 순백의 자잘한 꽃이 핍니다. 우리가 흔하게 조경으로 심은 조팝꽃도 꽃송이가 작지만 당조팝꽃은 더 작습니다.

asweetbasil.tistory.com

 

 

아름다움에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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