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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말씀 낮추시지요

by 답설재 2024. 4. 7.

 

 

 

 

허리를 구부리고 뭘 좀 하고 있는데 누군가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럴 때 "예~" 하고 대충 넘어가는 게 불가능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달려가 울타리 사이로 내다봤더니 웬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이웃'이라고 했다.

반가워하며 얘기를 나누던 중에 그가 불쑥 "전 올해 육십입니다. 자주 뵐 텐데 말씀 낮추시지요."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수가 있나.

응겁결에 대답했다.

"아닙니다! 친절하게 대해 주시니까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저도 너무나 좋습니다."

 

종일 생각했다.

'아, 이거... 어쩌다가 육십 먹은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됐지? 말을 놓으라니, 그런다고 덥석 말을 놓진 않겠지만 빈말이라도 그렇지,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난 이젠 정말 늙었나 보다. 이거 참...'

도대체 난 뭘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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