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책을 할 때 웬만하면 저 집 앞을 지나가는 길을 선택한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신점·신수·결혼운·사업운·궁합·택일'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점집이 있다. 나는 무엇을 물어볼 수 있을까... 신수? 그분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당신은 워낙 박복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 그럼 어떻게 하나?... 생각만 깊어져서 지나간다.
저 방갈로 모양의 집은 오리 고기 전문점이다.
지난 초봄 어느 토요일, 동탄 사는 내 초등학교 친구 부부가 저 집으로 찾아왔었다. 오리구이는 워낙 맛이 좋아서 우리 내외는 먹을 겨를이 거의 없었다. 아내에게 좀 미안해서 며칠 후 둘이서 새로 찾아갔는데 그날은 또 내가 실컷 먹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니까 아내는 어이가 없었을 것 같다.
바야흐로 목련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했고, 한꺼번에 피면 좀 그러니까 다른 나무들은 목련이 활짝 피었다가 내리막길일 때를 기다리고 있다.
목련 저쪽 큰 가지 위의 까치집도 덩달아 화려해졌다.
이 가게 앞쪽에는 한꺼번에 둘이나 셋이서 탈 수 있는 나지막한 그네가 있다. 오리고기를 다 먹은 가족은 거기 나와서 그네도 타고 이야기도 더 하다가 돌아간다. 방갈로 저쪽으로는 또 다른 건물이 세 채나 있다. 그다음은 주차장이다. 가을밤에 주차장에서 이쪽을 보면 지붕 위의 늙은 호박이 달빛 아래 앉아 있다.
구경거리가 더 있을 것이다. 가령 저쪽 다른 방갈로에서는 식재료를 다듬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아주머니들은 거기서 양치질도 한다.
빠진 게 있는지 더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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