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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이런 중독

by 답설재 2024. 4. 6.

 

 

 

  1. 모르고 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있다.

  2. 시작하기도 전에 읽기를 포기한 책이 있다.

  3. 표지 디자인이 좋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4. 책을 펼쳐 잉크와 종이 냄새를 들이마시면 안정이 된다.

  5. 단지 할인한다는 이유로 책을 산 적이 있다.

  6. 갑자기 잘 모르는 주제에 깊이 흥미를 느끼고 책을 여섯 권 이상 산 적이 있다.

  7. 가족의 눈을 피해 책을 들여오기 위해 근사하고 엉큼한 계획을 짠 적이 있다.

  8. 집에 손님이 와서 하는 첫마디가 대개 당신의 책에 대한 언급이다.

  9. 침대 옆에 적어도 대여섯 권의 책을 놓아둔다.

10. 책방 직원이 찾지 못하는 책을 당신이 찾아낸 적이 있다.

 

이 물음들의 제목은 이렇다.

 

 

○×테스트

당신은 책 중독자인가?

톰 라비 (어느 책 중독자의 고백)

 

 

조통 님의 블로그 "HISTORY BOOK STORY"에서 봤다. 알라딘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같은 책을 두 번? 있다. 그렇게 해놓고 쩔쩔매며 사는 아내에게 사죄하지도 않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읽기를 포기한 책? 제법 있다. 더구나 버리지도 않았고 아직도 갖고 있는 책도 있다.

단지 표지 디자인이 좋다고? 그렇다고 사진 않았지만 더 고려하지 않고 구입 목록에 넣기는 했다.

잉크와 종이 냄새? 어떤 냄새보다 좋다.

할인해 준다고? 알라딘 같은 서점에서는 당연하다.

어떤 주제에 갑자기 흥미를 느끼고? 그런 적이 있었나? 교사시절엔 '교(敎)' 혹은 '육(育)' 자만 보이면 다 사들였다. 그런 주제는 더러 있다.

가족의 눈을 피해 책을 들여오는 근사하고 엉큼한 계획? 아직도 더러 그렇게 하지만, 이젠 규모가 빈약해졌다.

집에 온 손님의 첫마디가 책에 대한 언급? 그런 책을 슬쩍한 인간이 있다. 두어 놈, 진귀한 책이었다.

침대 옆에 적어도 대여섯 권? 당연하다.

책방 주인이 찾지 못한 책을 내가? 그걸 못 찼느냐고 짜증을 낸 적은 있다.

 

나는 중독자일까?

마약 중독, 담배 중독, 술 중독, 치킨 중독, 성매매 중독, 그런 것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