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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에디슨 흉상 보기

by 답설재 2024. 3. 25.

 

 

 

 

블로그 유입 키워드 목록에 '에디슨 흉상'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디슨 흉상이 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에디슨 흉상을 하나 사고 싶은 걸까?

에디슨은 돈을 많이 벌어서 요즘 갑부들처럼 온갖 호사를 누려보았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에디슨'을 넣으면 미국 뉴저지 주의 작은 도시로 토머스 A. 에디슨의 연구실이 있던 곳이라는 설명도 있고, 영어권의 인명이자 성씨인데 으레 사업가이자 발명왕인 토머스 에디슨을 가리킨다는 설명도 보인다.

 

에디슨은 묘한 인물, 재미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준다.

예전에는 병아리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달걀을 품고 앉은 그를 어머니가 발견한 이야기, 학폭을 저질 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엉뚱한 짓, 황당한 행동을 하다가 퇴학을 당해서 어머니가 데리고 오며 걱정 말라고, 이제부터 내가 다 가르쳐주겠다고 격려한 이야기 등의 일화가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나온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 내가 다닌 국민학교에서는 발명반 같은 건 이름도 듣지 못했고, 심지어 나는 발명이 뭔지도 몰라서('전기를 발명하다니, 그게 말이 되나?' '축음기도 발명했다는데 축음기가 뭐지?'......) 대충 '발명왕이라니, 에디슨은 대단한 인물이었구나. 왕이었구나, 왕!' 하고 그저 막연히 우러러보았고,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사업가가 뭔지 잘 몰라서 그를 사업가·발명왕 두 가지로 부르는 게 좀 언짢기도 했었다('왕이면 됐지, 사업가는 또 무슨......).

 

하기야 돈 아니면 그렇게 열정적인 활동을 하며 살아갈 사람이 이런 세상에 과연 있기나 할까.

에디슨도 뭔가를 발명하고 또 발명하며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고 떼돈을 벌 생각을 했겠지? 그렇게 해서 '제너럴 일렉트릭'이라는 기업을 설립한 버젓한 기업인이긴 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의 발명품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걸 예상했다면 자신이 번 돈은 너무 적다고 투덜대지 않았을까 싶다.

 

그의 영혼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들려줄 만한 얘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흐도 평생 딱 한 작품만 판매할 수 있었다는 얘기? 화가 이중섭도 돈이 없어 쩔쩔매다가 말았다는 얘기?

글쎄, 그래봤자 그 마음이 풀어질까?("웬 화가 이야기만 해?! 나는 화가가 아니었잖아!" "미안, 미안해요. 제가 어렴풋이라도 아는 게 화가 고흐와 이중섭밖에 없어서 그래요. 더 좀 알아볼게요. 화내지 마세요~~") 

 

아예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에디슨은 신이 나서 살다 간 기업인·발명가였으니까.

"산업과 상업에서 누구나 남의 것을 훔치기 마련이다. 나 자신도 많은 것을 훔치며 살았다. 하지만 난 어떻게 훔치면 좋을지 그 방법을 알고 있지만 남들은 그 방법을 몰랐다."

에디슨은 발명을 할 줄 모르는, 그래서 자신처럼 돈을 쉽게 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딱하게 여겼고, 우리는 그가 미친 듯 발명에 헌신한 결과로써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만큼의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우습겠지만, 나는 그의 흉상을 바라볼 때마다 괜히 좀 미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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