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 치약 괜찮지 않아?

by 답설재 2024. 3. 27.

 

 

 

이 치약 괜찮네 싶어 또 구입하자고 생각했다.
거품이 너~무 심하게 일어도 거북하지만 적어도 가짜 같은 느낌이고, 특이한 맛이 나거나 특이한 냄새가 나면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더러 있는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주 밍밍하면 지금 장난하나 싶고 적당히 톡 쏘고 적당히 매워야 그럴듯하다.
그럼 이 치약은 평범하면서도 적당한가? 나는 성격이나 취향 같은 건 고약해도 평범한 치약을 좋아하는 '치약적인 면'에서는  평범한 사람인가?
모르겠다.
필요하면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 치약에 대해서도  특이하다(평범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진 않겠지?
그걸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나?
치약 연구가들이나 제조업 종사자들은 비교적 잘 알겠지?

이 튜브에 그걸 밝혀 놓지 않았을까?
"이건  평범한 치약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이러이러한 사람은 특이하다고 느낄 수 있다 등등."
그런 예상을 해보며 튜브 앞뒷면을 살펴보았다.
와!
세상에...
뭐가 이렇게 많을까? 자잘한 글씨가 빽빽하다.
난 지금까지 이런 줄도 모르고 살았네?
나는 세상을 대충 살아온  건 아닐까?
이것 봐!
'용법·용량'만 해도 '적당량을 칫솔에 묻혀 칫솔질에 의해 치아를 닦는다.'라고 되어 있네?
내가 이런 걸 소홀히 해서 결국  치과에 그렇게 드나들면서 이 고생일까?
다른 이들은 이런 것 다 읽어보며 살아갈까?

물건을 사면 이런 것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던데?
치약 제조 회사나 행정기관에서는 이런 정보 안 읽는 사람도 있다는 걸 모를 리 없겠지?
그런데도 이런 정보를 잘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거나 권장하는 걸 본 적이 없지 않나?

그렇다면 회사에선  이런 걸 왜  이렇게 꼼꼼히 정성 들여 밝히고 있을까?
소비자들이 읽거나 말거나 행정기관에서 시키는 대로 한다!
노인은 돋보기 써도 잘 안 보이겠지만 읽는 사람은 읽으니까 제대로 밝혀야 한다!
뭘 잔뜩 써 놓으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건 그렇고 이 치약  어디서 샀더라?
그게 문제지?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초는 쉬질 않네  (0) 2024.04.02
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0) 2024.04.01
에디슨 흉상 보기  (10) 2024.03.25
이별하기  (11) 2024.03.22
시인의 봄 혹은 어처구니 없는 춘분  (0) 202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