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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글을 쓴다는 것 : 존 러스킨의 사고

by 답설재 2024. 1. 30.

출처 : "POLITICAL THEORY - John Ruskin" (YouTube 「The School of Life」 위 그림은 존 러스킨의 드로잉 작품(부분).

 

 

 

 

존 러스킨은 《건축의 일곱 등불》이라는 책의 두 번째 장 「진실의 등불 The Lamp of Truth」을 이렇게 시작했다.

 

 

인간의 덕德과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지구의 개명開明, enlightenment 사이에는 닮은 점이 있다. 영역의 경계에 다가갈수록 점차 활력이 떨어지고, 두 요소 대립으로 인한 근본적인 분리가 일어난다는 점이다. 바로 해질녘의 어스름과 같이 빛과 어둠이 만날 때이다. 세상이 밤으로 말려 들어가는 그곳, 선보다는 넓은 띠와 같은 그것이 덕의 묘한 어스름이다. 어둑어둑해서 분간이 되지 않는 땅, 그곳에서 열정은 조급함이 되고, 절제는 가혹함이 되며, 정의는 잔인함이 되고, 믿음은 맹신이 된다. 그리고 제각기 어둠의 그늘로 모습을 감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침침함이 더해지면, 우리는 일몰의 순간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행히도, 태양이 내려앉던 방식으로 그 그림자를 다시 걷어낸다. 그러나 하나가 되는 곳, 그 지평선은 불규칙하고 명료하지 않다. 허나 이곳이 바로 모든 것의 적도*이자 경계다. 진실, 정도를 따질 수 없는 유일한 것임에도 끊임없이 부서지고 찢긴다. 지구의 기둥이지만 흐릿한 기둥이다. 힘과 덕이 머무는 황금의 실이지만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얇은 실이다. 그래서 치밀함과 신중함이 그것을 감추며, 친절과 아첨은 그것을 수정하고, 용기는 자신의 방패로 그것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상상은 자신의 날개로 그것을 덮고, 자애는 자신의 눈물로 그것을 흐릿하게 본다. 진실의 본모습을 유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인류 최악의 주의주장들이 야기하는 분노를 억누르고 최선의 주의주장들이 일으키는 무질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에게는 계속 공격당하고, 후자에게는 배신당한다. 하지만 진실의 법칙을 위해하는 것은 경중에 상관없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애정 어린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잘못이 있고, 지혜로운 판단으로는 사소해 보이는 실수가 있다. 그러나 진실은 어떤 훼손도 용서하지 않으며, 어떤 오점도 참지 않는다.

우리가 이 점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소소하게 끊임없이 진실을 거스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거짓말이 아주 시커먼 속셈을 내포하고 있거나 매우 사악한 의도를 보일 때만 반응하도록 과도하게 길들여져 있다. 확실한 속임수를 보고도 그것이 정말로 악의적일 때만 분개한다. 우리는 중상모략과 위선, 배신에 격분한다. 그것이 거짓이라서가 아니고 우리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거짓으로 인해 손실과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면  별로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칭찬으로 돌리며 매우 만족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해악을 행하는 것은 중상모략도 배신도 아니다. 그것들은 항상 짓밟고 물리쳐야 할 악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가장 큰 해악은 사실 달콤하게 속삭이는 번들거리는 거짓말이자, 친절하게 들리는 그릇된 견해들이다. 애국심에 찬 역사학자들의 거짓말이며, 미래를 준비하는 정치가들의 거짓말이며, 빨치산의 정렬적인 거짓말이고, 친구의 애정 어린 거짓말이며, 개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생각 없는 거짓말이다. 이는 인간애를 가장한 검은 미스터리다. 이를 돌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사막에서 우물을 파는 사람에게 그러하듯, 그에게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진실에 대한 목마름이 남아있다. 우리가 그 진실의 샘을 의도적으로 떠났을 때조차도 말이다.

(...)

 

 

러스킨은 여러 방면에 걸쳐 책을 썼다.

책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서도 그 힘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러스킨은 어디까지 갔던 것일까?

놀라움을 느끼게 하고 초라하게 하는 다른 인간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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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 척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