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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노년은 슬프다(시몬 드 보부아르)

by 답설재 2024. 1. 22.

 

 

 

시몬 드 보부아르는 방대한 저서《노년》에서 노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제1부 외부에서 본 노년

  제1장 노화와 생물학

  제2장 민족학적 자료들

  제3장 역사 사회에서의 노년

  제4장 현대 사회에서의 노년

 

제2부 세계 속의 존재

  제5장 노년의 발견과 수락 : 육체의 산 경험

  제6장 시간, 활동, 역사

  제7장 노년의 일상생활

  제8장 노년의 실례들

 

결론

 

 

아래는 제7장 '노년과 일상생활' 중에서 발췌해 본 문장들이다.

노년은 비참하고 슬프다. 누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말은 위안이 되지 않는다. 노년은 슬프고 비참하다. 어쩔 수 없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결론에서 그 비참함, 슬픔을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책의 부제도 "나이듦의 의미와 그 위대함"이다.

나는 그 결론, 부제를 보면서도, 노년은 비참하고 슬프다는 걸 누누이 적어 놓고 마칠 수는 없어서 이 결론을 제시했구나 생각했다.

 

 

 

현대 사회는 노인들에게서 여가를 즐길 물질적인 수단을 빼앗음과 동시에 여가를 제공한다. 노인들은 빈곤과 옹색함을 면한다 해도 연약하고 쉬 피로해지며 때때로 통증 때문에 말을 듣지 않거나 굳어진 육체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샤토브리앙은 현재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바로 과거의 무게라고 말한다. "우리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았을 때, 거기엔 더 이상 폭포가 없었다. 나의 기억은 끊임없이 현재 나의 여행에 과거 나의 여행을 대립시키고, 현재의 눈앞에 보이는 산에 과거의 산을 대립시킨다. 과거의 나의 삶이 현재의 나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사회와 인간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봄이 와도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무겁게 늘어진 라일락 꽃송이가 다가오지 않는다."(아라공)

 

"사람들은 자기 자신조차 이미 지나버린 과거로 간주한다."(주앙)

 

"나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인상을 받지 못한다. 슬픈 일이다."(안데르센)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바로 수많은 퇴직자들이 빠지게 되는 음울한 무기력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는 것이다.

 

야심은 소수의 특권자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다.

 

노인들은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시간을 의식하지 못한다.(쇼펜하우어)

 

권태가 너무 깊어지면 그것은 모든 가능성을 제거해 버린다. 심지어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모든 욕망마저 사라지게 한다.

 

"더 이상 목표는 없고, 여가에 온통 얽매여 있는 영혼은 권태롭다."(지드)

 

"삶이 아직도 내게 가져다줄 수 있는 것에 대해 나는 더 이상 큰 호기심이 없다."(지드)

 

성인들은 노인들을 어린애처럼, 물건처럼 다룬다. 그러한 사실은 그들의 상황이 생물학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악화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제적 수준이 낮으면 낮을수록 노인들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은 깊어진다.

 

"불만스러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몰락이다."(발랑 슈)

 

권력을 행사하던 사람은 그것을 잃으려 하지 않는다. 처칠은 악착같이 그것에 집착했다. (...) 직책으로부터 물러난 사장들, 공장장들, 회사 간부들은 설사 그들이 이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 할지라도 영혼은 고통스러울 뿐이다.

 

"나는 노년의 고통을 저주한다. 나는 그것이 오는 것을 느낀다. 이를 갈 정도로 화가 난다."(버지니아 울프)

 

"그들은 더 이상 웃을 줄 모른다."(아리스토텔레스)

 

"나의 회고록 이야기를 하자면 난 그것을 그냥 포기할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50세부터 내가 지껄일 수 있는 것은 단지 슬픈 것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카사노바)

 

노인들의 슬픔은 (...) 권태와, 그들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고독감,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 느끼는 굴욕감과 혼동된다.

 

평안을 누린다 해도 노인들은 그 평안을 일시적인 것으로 느낀다. 예를 들어 미래는 소름 끼치는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다고 여긴다. 왜냐하면 노인들은 더 이상 그 가능성들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외할머니는 자기 옷장 속이나 은밀한 비밀 장소에 생강이 든 과자, 빵조각들, 비스킷들을 숨겨놓았다가 남몰래 야금야금 먹었다. 노인은 모든 안전에 대한 보장이 주어졌을 때에도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경계 상태를 풀지 않는다. 즉 노인은 불신이라는 형태로 의존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노인은 사람들의 이중성을 알고 있다. 노인은 사람들이 존경심도 애정도 없는 일종의 전통적인 윤리라는 명목으로 자신에게 봉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객관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맞서 노인은 스스로를 지키려고 애쓴다. 노인의 대부분의 태도들은─어쨌든 대부분─방어로 해석해야 한다. 거의 모든 노인에게 공통된 태도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습관을 피난처로 삼아 안주한다는 것이다.

 

노인은 새로운 것을 걱정스럽게 받아들인다. 선택한다는 것은 노인을 두렵게 한다. 그의 열등감은 망설임, 의심으로 나타난다. 노인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명령에 의지하는 것이 편리한 것이다.

 

습관들은 까다로운 적응을 면하게 해 주고 질문을 하기 이전에 대답을 제공한다. 늙어가면서 사람들은 습관들을 예전보다 더욱 엄밀하게 지켜나간다. 칸트는 항상 엄격한 규율을 따랐다. (...) 노년의 톨스토이는 정확하게 자신의 하루 일과를 계획하곤 했다.

 

노인은 지나친 여가에서 오는 역겨움을 의무로 표현되는 임무, 요구들로 가득 채움으로써 피한다.  이와 같이 함으로써 노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불안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제기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매 순간 그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노인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 변화에서 어떤 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단절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노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의 자기 삶의 틀과 삶의 리듬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갑자기 주거지를 바꾸게 되는 노인은 자기 자식들 집에 가게 된다 해도 당황하고 쉽게 절망한다. 이렇게 자기 습관에서 뿌리 뽑혀진 노인들은 두 명 중 한 명 꼴로 1년 뒤에 사망한다. 노부부가 몇 시간 혹은 며칠 간격으로 죽는 것을 보게 되는 것 또한 드문 일이 아니다. 감정적인 애착과 습관 사이에서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외부 세계를 없애버릴 수는 없으나, 자신이 외부 세계와 가지는 관계를 줄일 수는 있다. (...) 노인들은 자기 의지로 자신을 폐쇄시키기도 한다. 모든 타인의 간섭은 일종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말은 함정이다. 노인은 사람들이 자기를 조종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남의 말을 듣기를 거부한다.

 

노인들은 변덕이 심하고, 정서를 과도하게 드러내며 쉽게 눈물을 흘린다. (예: 괴테, 톨스토이, 처칠 등).

 

노부부들의 경우 (...) 불안하고 까다롭고 질투에 찬 관계를 유지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 그들은 살아가는 데 있어 서로를 돕지 않는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진정한 협조 관계로 살아간다.

 

노인들의 정서적인 안정은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노인과 자식과의 관계는 흔히 힘든 관계이다. (...) 아버지가 노년기에 이르러 아들에 대해 품는 감정들은 애정이 넘치기도 하고 양면적이기도 하며, 혹은 적대적이기도 하다. (...) 딸 쪽에서는 때때로 성인에게서 볼 수 있는 습관적인 태도, 다시 말해 오만하고 참을성 없는 태도들 볼 수 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양면성이 좀 덜한 사랑들 중 하나이다.

 

노인들의 가장 열렬하고 행복한 감정들은 손자들에 대한 감정이다. (...) 대체로 손자들이 10세쯤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들의 노년을 받아들인다. 조부모로서의 상황은 그들에게 많은 만족을 가져다준다. 부모의 조건에 대한 양면 감정을 만들어내는 모든 것─동일화 욕구, 보상 욕구, 죄책감 또는 욕구불만─ 은 조부모에게는 면제된다.

 

"슬픔으로 가슴이 메이고, 권태로 영혼이 의기소침해지고, 상상력이 겁에 질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소름 끼치는 비참함에 머리가 혼란해지고......"(루소)

 

노인은 자신은 운명, 사회, 측근들의 희생물로 간주한다. 즉 사람들이 그에게 잘못했으며 계속해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가 높았을수록, 즉 노인이 더욱 많은 권한이나 위엄을 보유하고 있었을수록 실추는 더더욱 고통을 준다.

 

노인들에게 분노와 증오를 유발하는 것은 특히 상승하는 세대이다. 노인은 그 세대에게 모든 것을 박탈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노인은 그들에게 위험한 미래를 예고하는 것을 즐긴다.

 

사람들은 그들의 의견을 묻지 않으며 그들의 말을 참작하지도 않는다. 자기를 향하는 시선들에서 노인들은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느낀다.

 

그는 언제든지 화를 내는데 그것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 듯한 상처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하기 위해 행하는 노력까지도.

 

 

제7장 노년의 일상생활은 82쪽으로 위의 발췌는 그 중 48쪽에 해당한다.

(블로그 카테고리는 '책읽기의 즐거움'이라고 해놓고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써야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