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때는 올림픽도로를 타고, 병원에서 올 때는 강변북로를 탄다. 비교적 길이 막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돌아올 때의 강변북로는 고속도로와 거의 같다.
강변북로를 오갈 때는 꼭 한강호텔과 워커힐을 찾아본다. 워커힐은 유명했던 호텔이고 한강호텔은 예전에 고 강우철 교수, 김용만 편수관 등 여러 사람과 사회과 교과서 편찬을 위한 회의 장소로 가장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병원에서 돌아올 때는 한강호텔을 볼 수가 없었다.
'내가 놓쳤나? 워커힐은 보였는데...'
기이한 느낌이 있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봤더니 아, 이런! 그 호텔이 사라지고 그곳에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었다는 뉴스가 보였다. 평당 1억은 되는 아파트일까?
그러고 보면 그때도 그 호텔은 좀 한산한 편이어서 작업하기에는 최상이었었다.
사회과탐구 지역 교과서 편찬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아직 회의 준비 중이어서 회의장은 좀 어수선한 편이었다. 각자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 관한 원고를 준비해 왔는데 누가 나에게 어떤 원고를 썼는지 물어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썼으니 '사회과' 성격의 원고라고 대답해 주었다.
누군가 은용기 편수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문을 잠그지 않고 나왔다는 말을 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닫고 오지 그랬느냐고 했고 나도 얼른 가서 닫고 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은용기 편수관은 교육부에서 아주 잠깐만 근무했고 나를 참 신뢰하고 좋아해서 그 후 여러 번 만난 분이었지만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대선배이면서도 그 먼 곳을 세 번이나 찾아와 아예 지금 자신을 따라 서울로 가자고 했는데...)
나도 원고를 다른 사람처럼 회의 참석자 수만큼 복사를 해야 할 것 같았고, 외투를 벗어놓은 자리를 살펴봤더니 얼른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느 참석자가 내 소지품을 알뜰히 챙겨주는 것 같아서 맡겨두었으니 자신의 옷 밑에 잘 두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밖으로 나오며 살펴본 그 건물은 교육부 건물이어야 하는데 광화문 옛 정부종합청사 건물도 아니고, 나는 근무해 본 적도 없지만 현재의 세종시 정부청사 건물도 아니었고 나지막한 언덕 위나 산기슭에 자리 잡은 대학 건물 같았다.
내 꿈은 거기 어디서 중단되었다.
이 정도의 꿈이라면, 노년에 이르게 된 나의 서글픈 회상에 지나지 않으므로 굳이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견해를 묻기 위해 그 두꺼운《꿈의 해석》을 펼쳐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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