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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정끝별 「세상 가장 작은 뼈에게」

by 답설재 2024. 1. 19.

귓속 고막에서 달팽이관 사이

이소골을 이루는 추골, 침골, 등골이라는 가장 작은 뼈들이 가장 나중에까지 듣는다기에

들을 때 속귀의 뼈들이 움직인다기에

 

임종을 선고한 의사가 나가자

아직 따뜻한 엄마 겨드랑이에 손을 묻고

작은 목소리로 가장 작은 엄마의 뼈들을 어루만지며

엄마 귀에 대고 말했다

 

엄마,

 

엄마가 돌아간 시간을 잘 기억할게

엄마도 잘 기억해서 그 시간에 꼭 찾아와야 해

 

 

 

 

 

 

 

슬픔이란 얼마나 신비로운지.

슬픔도 없다면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보면 더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들으면 더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시를 읽고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읽으면 더 이야기할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현대문학』 2024년 1월호에서 이 시를 보았다(나민애, 시 격월평 「상실의 시대, 우리가 머물 최소한의 '정처定處'에 대하여」: 『창작과비평』(겨울호)에 실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