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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꿈, 어쩔 수 없는 굴레 속에서

by 답설재 2023. 12. 2.

 

 

 

사나흘 전에는 새로 배치된 학급의 아이들 앞에서 교사용 책상을 정리하는 꿈을 꾸었다.

내 경험 속 아이들은 당연히 긴장 상태였겠지, 화가들이 흑백으로 그린 '말없는 군중'처럼 혹은 무대 배경처럼 저쪽에서 내 동태를 주시하고 있었고, 나는 책상 설합들을 일일이 열어보고 거꾸로 닫힌 것은 새로 닫으며 좀 불편한 느낌이었다.

 

어젯밤에 또 학교 꿈을 꾸었다.

어딘지 한동안 헤매면서 이제는 느낌으로 찾아다니지 말고, 대중교통 노선을 암기해 두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어서 연수회장을 빠져나오는 장면, 뭔가 잊고 나온 게 있어 다시 들어갔다가 강의 중인 강사를 쳐다보고 나와서 각자 모종의 주장들을 내세우는 교사들과 함께 걷는 장면, 학교 안으로 들어가 돌아다니는 장면이 이어졌다.

 

우리 학년이 담당한 구역의 환경구성이 당면 문제였는데 내가 그렇게 돌아다니는 동안, U가 디자인 솜씨를 발휘해서 잘해나가고 있었고 이미 거의 완성 단계였다. U는 미안해해야 할 내가 오히려 그 작업이 못마땅하다고 잔소리를 할 것 같아서인지 그렇게 구성한 것에 대해 변명처럼 설명해 주었다.

작품들은 U의 성품처럼 색채가 좀 약하긴 해도 무난한 편이어서 굳이 뭐라고 티를 잡아낼 것까지는 없었고 그에게 좀 미안한 느낌이었다.

 

나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따위 꿈이나 꾸며 지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