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에 서 있는 인간이 보기에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인데, 불과 8.6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도가 가장 높은 별은 아니다. 시리우스가 들어 있는 큰개자리에만 해도 광도가 수천 배 이상 높은 별이 적어도 세 개 이상 있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렇게 밝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반면, 평범한 별이라도 우리가 있는 곳에선 대단히 눈에 잘 띌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오래전에 우리를 향해 출발한 한 점의 밝은 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이름을 붙이고, 이웃을 만들어준다.
1963년 2월,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마르틴 슈미트는 하늘에서 유난히 밝은 점 하나를 분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까이 있는 별이겠거니 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천체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그 천체는 20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당시의 밤하늘에서 가장 밝았다. 슈미트는 이 천체를 '준항성체'quasi-stellar object, QSO의 줄임말인 '퀘이사'quasar라고 불렀다. 3C273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퀘이사는 처녀자리에 속해 있으며, 제 무리 중에서 광학적으로 가장 밝다.(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우아한 지구"에서 옮겨씀)
시리우스까지 가려면 8.6광년, 8년 7개월쯤? 빛의 속도로 8년 7개월쯤 날아가면 그곳에 갈 수 있다는 얘기지?
말하자면 불가능하다는 얘기지?
영혼은 그렇게 날아갈 수 있을까?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흰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오진 못하는 巴蜀 三萬里.
(......)
─ 서정주 '歸蜀途'
'서역 3만리, 그렇게 멀리?' 했었는데...
20억 광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별도 있다네?
그게 얼마나 먼 곳인지 계산할 수 있는 걸까?
그걸 알면서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 밤에도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을까?
8.6광년이면 적당하겠지?
따라오지 마~
난 멀리 갈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
불러올 수 없는 곳으로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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