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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안단테 안단테 Andante Andante"

by 답설재 2023. 8. 15.

 

 

 

저물어 석양이 붉고 내일이 휴일이어서 차는 끝없이 밀리고 몸이 굳어버린 건 이미 한참 되었어도 주차해서 굳은 몸을 펴줄 만한 장소는 보이지도 않는데 "세상의 모든 음악"(93.1) DJ가 아바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나는 그 시절에 듣던 노래들의 가사를 번역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흥얼거렸습니다.

다행인 것은 아무도 무슨 노래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뭘 알겠나?')

나는 세월도 그렇게 흘려보냈습니까?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쳤습니까?

다 망쳐놓았습니까?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힙니다.

 

노래를 들으며 E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지낸 P를 생각합니다.

 

 

Take it easy with me please
Touch me gently like 
a summer evening breeze
Take your time make it slow
Andante Andante
Just let the feeling grow
Make your fingers soft and light
Let your body 
be the velvet of the night
Touch my soul you know how
Andante Andante
Go slowly with me now
I'm your music
I'm your song
Play me time and time again 
and make me strong
Make me sing make me sound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There's a shimmer in your eyes
Like the feeling 
of a thousand butterflies
Please don't talk go on play
Andante Andante
And let me float away
I'm your music
I'm your song
Play me time and time again 
and make me strong
Make me sing make me sound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Make me sing make me sound
Andante Andante
Tread lightly on my ground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Andante Andante
Oh please don't let me down

 

 

그는 나와 함께 교육대학을 다녔지만 그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깊었습니다.

교육대학은 재미가 없고 유치한 활동을 많이 하고 그래서 참 따분했습니다.

나는 매사에 우왕좌왕했는데 클럽활동도 영어반에 등록해 놓고 매번 다른 반을 찾아가 기웃거렸습니다.

P는 당연히 영어반이었습니다.

어느 날 P가 문화극장에서 팝송경연대회를 연다는데 웬만하면 입상할 것 같다며 함께 좀 출연해 줄 수 없겠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펄쩍 뛰었습니다. 나는 영어 같은 건 할 줄 모른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방금 혼자서 노래하는 걸 들었는데 그러느냐고 했습니다.

내가?

내가 언제?

아, 아마도 He Will Have To Go를 흥얼거리며 짐 리브스의 바리톤을 흉내 내고 싶었던 때였습니다.

P는 초등교사가 되어서도 악착같이 공부해서 교수가 되긴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마음이 좀 약한 편입니다. 그것 말고는 악착같이 한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도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다 장성한 아들인데......

우리에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아,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은...... 56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Andante Andante'

저 노래 가사는 우리에게는 '해당 사항 없음'이 분명하지만 그나 나나 남은 세월만이라도 'Andante Andante'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 한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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