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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유미희 「강」

by 답설재 2023. 5. 2.

강이

녹는다

 

이쪽 산에 사는

고라니가

 

저쪽 산에 사는

멧토끼가

 

겨우내

건너던 얼음 다리

 

봄볕이

철거작업 중이다

 

천천히

지름길이 사라진다.

 

 

 

 

 

 

세상에 봄이 오는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동시작가 작품 중에는 아이들 흉내를 낸 것들이 있습니다.

장난 같고 심지어 같잖기도 합니다.

괜히 짜증도 나고, 이러니까 성인들은 물론 아이들로부터도 외면받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남의 일이니까 그냥 놔두면 되겠지만 혹 좋은 작품이 없을까 싶어서 또 살피게 되는데 그러다가 작가 작품다운 작품을 발견하면 '봐!' 하게 됩니다.

 

유미희는 어떤 작가인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시를 주로 쓰는지, 그것도 알 수 없습니다.

설목의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내가 본 동시」에 나무늘보라는 분이 실어놓은 이 작품을 봤습니다.

 

올봄 나의 봄은 이젠 볼품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