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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조용우 「나의 슬픔 기쁨 절망의 시인」

by 답설재 2023. 5. 9.

나의 슬픔 기쁨 절망의 시인

 

 

조용우

 

 

당신에게 당신의 시인이 있어 그는 슬픔의 시인도 기쁨의 시인도 아니라 그의 시를 읽으면 당신의 봄밤에 눈이 내리고 눈의 끝을 눈의 끝에 남은 이름들을 기억해 반복되는 이름들을 기억해 눈이 내리는 그의 시의 바깥으로 날아가는 물수리를 기억해 당신이 빠져 있는 혼곤한 잠의 수면 위를 스쳐 지나가는 물수리를 기억해 땀이 많이 나는구나 마을로 가 사람을 불러오마 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고 당신은 물 위를 돌고 있는 물수리들을 보아 물수리가 바위틈에 감춰 둔 송어를 기억해 결코 당신 것이 아닌 작은 송어들을 기억해 다시 정지비행 물수리의 여름 하늘 당신의 시인이 끊어낸 여름 하늘 쉽게 잘려나가는 절망을 만져봐 당신 몫의 절망 바닷물에 절여진 절망을 기억해 당신 절망은 축축해 당신 바위 틈에서 깨어나 당신의 시인은 멀리서 쓴다 걱정 말고 다시 잠에 들기를 그건 네가 자는 동안 생각하는 여름일 뿐이니까 돌아와 돌아와 노란 여우가 홀로 노니는 당신의 여름 사람 없는 당신의 마을 기억해 기억해 당신이 그러하듯 나는 나에게는 나의 슬픔 기쁨 절망이 시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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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2019년〈중앙신인문학상〉등단. 시집『세컨드핸드』.

 

 

 

 

 

이 시인의 슬픔 기쁨 절망의 시인

누구의 슬픔 기쁨 절망의 시인일 조용우 시인

 

늘 궁금한 시인이 있습니다.

시인은 즐겁게 지내고 싶고 즐겁게 지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봄은 유독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그 시인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시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보낼 수는 없으므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