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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장정일 「하나뿐인 사람」

by 답설재 2023. 5. 31.

 

 

 

하나뿐인 사람

 

 

장정일

 

 

머리는 까마귀

귀는 토끼

눈은 사슴

눈썹은 강아지

코는 고양이

입술은 앵무새

혀는 낙지

이빨은 상어

뺨은 백조

목은 기린

가슴은 여우

젖꼭지는 무당벌레

겨드랑이는 닭

어깨는 펭귄

두 팔은 원숭이

손은 비둘기

손톱은 두더쥐

허리는 뱀

배꼽은 다슬기

엉덩이는 말

허벅지는 캥거루

종아리는 치타

발목은 두루미

발은 연어

발가락은 미꾸라지

발톱은 양

항문은 거미

 

 

 

《눈 속의 구조대》(민음사 2019)

 

 

 

"말놀이를 한 시는 그만 좀 보고 싶다!"

그런 댓글을 여러 번 썼다.

역겨워서 그냥 지나올 수가 없었다.

이 시를 보고는 그런 말을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간단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