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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벚꽃잎 떨어져 사라져가는 봄날

by 답설재 2023. 4. 4.

 

 

 

 

일본 정신의 뿌리와 그 정체성을 찬양하기 위해 《무사도》(양경미·권만규 옮김, 생각의나무 2004)라는 책을 쓴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는 그 책의 마지막을 비장하게, 서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끝냈다.

 

 

무사도는 하나의 독립된 도덕의 규칙으로서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힘은 지상에서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무용(武勇)과 문덕(文德)의 교훈은 해체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광명과 영광은 폐허를 뛰어넘어 소생할 것이 틀림없다. 그 상징인 벚꽃처럼 사방에서 부는 바람으로 꽃잎이 흩날려도 그 향기로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인류를 축복할 것이다. 백 년 뒤, 무사도의 관습이 사라지고 그 이름조차 잊혀지는 날이 올지라도 "길가에 서서 바라보면" 그 향기는 보이지 않는 머나먼 저편 언덕에서 바람과 함께 날아올 것이다. 어느 퀘이커 시인의 아름다운 노랫말처럼.

 

어디서 날아왔을까.

감미로운 향기에 나그네는 잠시 걸음을 멈추네.

그 풍성하고 그리운 향기

하늘을 우러러 기도를 올리네.

 

 

나는 이곳 거리가 어느새 벚꽃으로 채워지는 이 봄날을 눈부셔하고 고마워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지지난해처럼 그 일본인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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