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에 나는 이런 글을 써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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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손목뼈에 서너 줄 금이 갔다는데 겨우 그 정도였는데 내 생활은 변했다.
운전을 못한다. 해도 될 것 같긴 한데 돌발상황이 일어날까 봐 엄두가 안 난다.
식사를 어린애처럼 한다.
포크로 하고, 왼손을 하고, 오른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여서 음식물을 찢거나 자를 수가 없다.
이것쯤이야 싶던 칼질도 왼손으로 하니까 차라리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양식 먹을 일이 없으니 다행이다.
스파게티는 좋다. 왼손으로라도 돌돌 말면 된다.
워드를 못한다.
손목이 비틀어지면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신호가 오니까 '독수리타법'을 쓴다.
글씨 쓰기도 거의 술 취한 사람 수준이다.
왼손으로 해놓은 어제의 메모를 오늘 알아볼 수가 없어서 화딱지가 난다.
이런 바보! 왼손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왜 해놓지 못했을까!
옷도 잘 못 입는다.
소매가 좁은 건 아예 입을 생각도 할 수 없다.
소매가 좁은 옷도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청소도 잘 못한다.
닦는 건 아예 포기했고, 왼손으로 청소기를 작동하면 젊었을 때 늘어난 인대가 이제 좀 괴롭히지 말라고 지끈거린다.
마스크도 잘 못 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된 느낌이다. 마스크조차 잘 못 쓰다니...
짐 운반도 못한다.
아내가 어떻게 생각할지부터가 두려워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허리 때문에 엄두도 못 내는 아내는 어떻게 하나...
누워 잠들면 그만이던 잠조차 불편하다.
돌아눕거나 하다가 오른팔이 어디 닿으면 밤중인데도 "아이구우우!" 하게 된다. 이웃에서 들으면 뭐라고 하겠나. 이 비명이라도 속삭이듯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샤워도 못하고 머리도 못 감는다. 이건 짐승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내가 치매가 걸리지도 않았는데, 멀쩡한 정신으로 아내를 괴롭히면 어떻게 하나...
샤워는커녕 세수도 왼손만으로 하고, 양치질도 왼손만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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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고 새로운, 꼭 염두에 두어야 하고 기억해야 할 변화는 또 있다.
누구 하나 환영해주지도 않는 그 병원에 가는 것이 일상이어야 하고 주요 일과가 된 것이다.
여전히 잘할 수 있는 게 있긴 하다. 숨쉬기.
왼손만으로 불편하긴 해도 그것만 감수하면 되는 책 읽기 정도?
*
이렇게 살기 싫으면 뼈에 금이 가도록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 것쯤 미리 알아두었어야 한다.
삶의 여정에는 곳곳에 여러 가지 요소가 시시때때로 나를 시험하고 무너뜨리려고 도사리고 있는데도 나는 희희낙락하고 있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걸 실감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니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어설픈가.
나는 정말이지 단 한 치 앞도 못 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
*
오늘 점심때 아파트에서 상가로 내려가는 인도의 그 시멘트 바닥에 내 또래 노인이 사정없이 엎어지는 걸 봤다.
나는 지금 어린애 하나도 일으켜주지 못할 형편이어서 그 장면을 보고 "아이고!" "아이고!" 하기만 했는데 마침 한 젊은 여성이 부리나케 달려들어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 노인이 비대해서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2~3초 정도 이쪽에서 시도해 보다가 저쪽으로 가서 부축해 보다가 다시 이쪽으로 왔다가 하기만 했고 그동안 나는 "아이고!" "아이고!" 하기만 했는데 마침 한 젊은 남성이 또 달려들어 두 사람이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고 옷에 묻은 먼지도 털어주었다.
그 사이는 1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인데 5, 6분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인은 등산용 스틱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그렇게 시멘트 보도블록 바닥에 사정없이 엎어졌다.
괜찮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가던 길을 갔지만 정말 괜찮은지는 저녁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 그 사람은 또 어떻게 하나, 어떻게 지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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