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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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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철학)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by 답설재 2023. 4. 20.

알랭 드 보통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정명진 옮김, 생각의나무, 2010(2002)

 

 

 

 

 

"인기 없는 사람을 위하여"(소크라테스)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에피쿠로스)

"좌절한 사람을 위하여"(세네카)

"부적절한 존재를 위하여"(몽테뉴)

"상심한 사람을 위하여"(쇼펜하우어)

"곤경에 처한 사람을 위하여"(니체)

 

알랭 드 보통이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라는 제목으로 철학자 여섯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잘 알려진 철학자(작가) 알랭 드 보통이 초등학생들도 알 만한 철학자들을 소개했으니 뭐라고 하는 게 주제넘고 해서 몇몇 문장을 발췌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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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의 의견을 다 존중할 필요는 없고 단지 몇 명만 존중하면 되고 다른 사람들은 무시해도 좋다는 사실...... 훌륭한 의견은 존중하되 나쁜 의견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 그것 참 멋진 원칙이라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고 훌륭한 의견은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의 것인 반면, 나쁜 의견은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것이지...... 그러니 훌륭한 나의 친구여,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마음 쓸 필요가 없소. 하지만 전문가들이 정의와 불공정의 문제에 대해 하는 말에는 신경을 써야 하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덧붙인다.

 

소크라테스는 우리들에게 두 가지 강렬한 환상에서 벗어날 길을 제시했다. 두 가지 환상이란 바로 대중의 여론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과 절대로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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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Epicurus)는 "결핍에서 오는 고통만 제거된다면 검소하기 짝이 없는 음식도 호화로운 식탁 못지않은 쾌락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의학의 경우 육체의 병을 물리치지 못하면 아무런 이점을 주지 못하듯, 철학 역시 마음의 고통을 물리치지 못한다면 무용한 것"이라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은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따라 「행복, 또 다른 구매 리스트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1. 오두막 한 채

2. 우정

3. 우월감과 거만함, 내분, 경쟁 등을 피하는 것

4. 사색

5. 조바니 벨리니의 〈성스러운 대화〉*

그녀의 우울한 표정은 노골적인 유머 감각이나 자연스러움과는 어긋나며, 그녀는 수수한 백화점의 판매대에서 구입한, 사람이 만든 섬유 옷을 걸칠 것이다.

행복을 손에 넣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행복을 가로막는 주요한 장애는 대부분 금전적인 것은 아니다.

 

* 이탈리아 르네상스기의 화가 지오바니 벨리니(1430~1516)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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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Seneca)에 따르면 분노는 (수정 가능한) 추론의 오류에서 나온다.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 것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 이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 유형에 대해 품고 있는 위험천만한 낙천적인 견해들이다.

가장 격한 분노는 존재의 기본 원칙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 사건이 일어날 때 터져나오며, 우리의 좌절은 이 세상으로부터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을 기대하는 것이 정상인지를 알게 해주는 경험에 따라 대부분 누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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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는 "나는 사람이다. 인간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치고 나에게 낯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서재를 꾸며주었던 마르쿠스 테렌티우스 바로라는 로마 학자와 아리스토텔레스 두 사람이 그렇게 박식하면서도 무척 불행했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지식을 두 개의 범주로, 즉 학식과 지혜로 구분했다.

학식의 범주에는 논리학과 어원학, 문법, 라틴어와 그리스어가 들어갔다. 그리고 지혜의 범주에는 그보다 훨씬 폭넓고 이해하기 더욱 어렵고, 보다 가치 있는 지식의 종류를 넣었는데, 여기에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이를테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도덕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당되었다.

 

몽테뉴에 따르면 철학자들이 길거리나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단어들을 사용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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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썼다.

 

젊은 시절을...... 방해하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행복이란 살아생전에 꼭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이라는 확고한 가정 아래에 행복 사냥에 나서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희망은 늘 좌절하기만 하고 그로 인해 불만이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막연한 행복의 기만적인 이미지들이 변덕스런 모습으로 우리들 앞을 맴돌고, 우리는 그 이미지들의 실체를 헛되어 찾고 있다. 적절한 충고와 가르침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에서 이 세상이 그들에게 내놓을 게 아주 많다는 식의 그릇된 관념을 털어낼 수 있다면 그들은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엔 타고난 잘못이 딱 하나 있다. 우리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관념이 바로 그것이다. 이 타고난 잘못을 우리가 고집하는 한...... 이 세상은 모순으로 꽉 찬 것처럼 보인다 (.......) 그런 까닭에 늙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거의 대부분 낙담이라고 부를 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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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직업에서나 경제적으로 늘 고통을 받았다. 2천 부 이상 팔린 책은 단 한 권도 없었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여성과 맺어지지 못했고, 허약하고 병골이어서 쉰다섯의 나이로 삶을 마칠 때까지 노모와 여동생의 보살핌을 받았다.  

니체는 행복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그 목표에 닿지 못했다 해도 그는 자신이 한때 갈구했던 그 대상을 결코 저주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눈에 고귀한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비치는 것들을 끝까지 소중하게 여겼다. '더 이상 거부하지 않는' 어떤 존재가 되고자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