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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게 옷을 입혀준 여인

by 답설재 2023. 2. 19.

 

 

 

경황 중에 깁스를 하고 대기석으로 나왔다.

성탄절을 앞둔, 눈이 많이 내린 이튿날이었다.

'자,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일단 집에 가서 차근차근 생각해봐야 하겠지?'

 

주의사항을 듣고 계산도 했으니까 겉옷만 입으면 귀가할 수 있다.

'근데 이걸 무슨 수로 입지?' 그것부터 난제였다.

한 가지 한 가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고 한동안, 어쩌면 무한정으로 그게 줄줄이 이어진다는 건 계산하지 못했다.

우선 2kg짜리 거추장스러운 걸 팔에 붙여놓아서 겉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나?'

미안해서 아내에게 집에 있으라고 한 것부터 후회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여성이 일어서서 말없이 겉옷을 받았다.

 

젊었던 날들의 내 고운 아내처럼

세상이 넓고 복잡한 걸 몰랐던 날들의 누나처럼

한 번만 만나보고 혼인을 하게 되어 아직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새댁처럼

마치 내가 싫다 해도 따라다니다가 난데없이 깁스를 하고 나올 나를 기다려준 사람처럼

........

 

그렇게 해서 그 옷을 입게 되었다.

그이는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나도 그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실례일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바라보지도 않은 채 한 마디만 했는데 여인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오며 '나는 누구를 도와준 적이 있나?' '몇 번이나 그렇게 했나?'......

약아빠진 생각이나 했고

늦은 저녁에 자리에 누워 깁스한 팔을 바라보며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그제야 기억 속 그 여인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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