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밴드
곽문영
송년회를 앞두고 회사에 밴드 동호회가 생겼다 사원부터 국장까지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이 모였다 학창시절 밴드부 활동을 했던 직원도 있었고 비틀스를 좋아해 혼자서 10년 넘게 기타를 연습해오신 차장님도 계셨다 직급도 부서도 서로 달라 그곳에서 처음 만난 직원들이 많았다 사내 동호회 설립 규정에 따라 회장과 부회장, 그리고 총무까지 선출한 다음 곡을 정하기 시작했다 나이도 직급도 중간쯤인 내가 총무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밴드 이름부터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시작된 회의에서 누구도 선뜻 의견을 내지 않았고 우리는 일단 연습을 먼저 하기로 했다
합주는 매주 목요일 저녁이었다 송년회까지 합주를 여섯 번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야근 때문에 늘 두세 명씩은 늦게 도착했다 낮 동안 회사에서 마주칠 일 없는 직원들을 저녁에 만났다 언제나 기타 차장님이 합주실에 가장 먼저 도착하셔서 준비를 하고 계셨다 앰프를 점검하고 다른 멤버가 사용할 키보드와 마이크를 연결해놓고 기다리셨다 일곱 명의 멤버가 한 곡씩을 추천해 일곱 곡을 준비하게 되었다 차장님이 추천하신 곡은 비틀스의 「In My Life」라는 노래였다 다섯 개의 음으로 구성된 리프가 몇 번 반복되는 단순한 곡이었다 차장님의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곡이었다 가끔 차장님은 도입부를 틀리지 않고 연주하신 뒤에도 이유 없이 한 번만 다시 쳐보겠다고 하셨다 그 곡에서만 그러셨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주말에도 모이게 되었다 주말에 회사 사람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주 틀려도 한 곡을 마칠 때마다 모두 박수를 치는 것이 우리의 습관이었다 실수한 사람이 있어도 우선 서로에게 칭찬부터 건넸다 소리는 점점 나아지고 있었는데 밴드의 이름을 짓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차장님은 원래 유명 밴드의 이름은 우연한 순간 무언가를 보고 즉흥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았다며 너무 초조해하지 말자고 하셨다 롤링 스톤스가 그랬고 AC/DC가 그랬고 라우드니스가 그랬다고 하셨다 누구에게든 그런 순간이 먼저 찾아오면 서로에게 꼭 이야기해주자며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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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문영 1985년 충북 청주 출생. 2018년 《창작과비평》 등단.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자꾸 읽었다.
직장 다닐 때 주말에 나오라고 하면 정말 싫었던 일도 떠올랐다.
그건 지금도 부정적이지만 이젠 다 끝난 일이 되었다.
그나저나 밴드 이름은 지었을까?
송년회 발표는 성공적이었을까?
밴드는 해체되었을까?
밴드 이름은? 「In My Life」도 괜찮았을 텐데...
(월간《현대문학》 2023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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