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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이야기

"시(詩)는 낭비입니다"

by 답설재 2022. 10. 25.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마차를 모는 미소년으로 가장해서 부귀의 신 플루투스(Plutus)로 가장한 파우스트를 모시고 황제의 의전관을 만납니다. 《파우스트 2》(민음사,  56쪽)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의전관  그 기품은 설명할 수가 없구먼.

            하지만 달처럼 둥글고 건강한 얼굴,

            두툼한 입술에 꽃 같은 두 뺨이

            터반의 장식 밑에서 빛나고 있구려.

            주름 많은 옷을 입고도 마냥 편안한 모습이야.

            그 단아한 모습을 무어라고 말할까?

            통치자로선 잘 알려진 분인가봐.

마차를 모는 소년  바로 이 분이 부귀의 신 플루투스십니다!

            이렇게 화려한 차림으로 납신 것은

            지엄하신 황제의 간청 때문이지요.

의전관  그렇다면 그대 자신은 무엇 하는 누구인지 말해 보게나!

마차를 모는 소년  저는 낭비입니다. 시(詩)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재물을 갖고 있어서

            플루투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지요.

            저분의 무도회나 잔치를 꾸며 활기를 넣어주면서

            저분에게 없는 걸 나누어드리지요.

 

 

 

 

 

 

'마차를 모는 소년'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변장을 한 것이어서 밉지만, 미워해야 하지만 詩와 人에 대해서는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으며 여러 번 지루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놀라웠습니다.

이 글 읽고 진짜 시인을 생각하며 한 줄 평(評)을 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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