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마차를 모는 미소년으로 가장해서 부귀의 신 플루투스(Plutus)로 가장한 파우스트를 모시고 황제의 의전관을 만납니다. 《파우스트 2》(민음사, 56쪽)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의전관 그 기품은 설명할 수가 없구먼.
하지만 달처럼 둥글고 건강한 얼굴,
두툼한 입술에 꽃 같은 두 뺨이
터반의 장식 밑에서 빛나고 있구려.
주름 많은 옷을 입고도 마냥 편안한 모습이야.
그 단아한 모습을 무어라고 말할까?
통치자로선 잘 알려진 분인가봐.
마차를 모는 소년 바로 이 분이 부귀의 신 플루투스십니다!
이렇게 화려한 차림으로 납신 것은
지엄하신 황제의 간청 때문이지요.
의전관 그렇다면 그대 자신은 무엇 하는 누구인지 말해 보게나!
마차를 모는 소년 저는 낭비입니다. 시(詩)이지요.
자신의 재화를 아낌없이 뿌릴 때
완성되는 시인입니다.
저 역시 어마어마한 재물을 갖고 있어서
플루투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지요.
저분의 무도회나 잔치를 꾸며 활기를 넣어주면서
저분에게 없는 걸 나누어드리지요.

'마차를 모는 소년'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변장을 한 것이어서 밉지만, 미워해야 하지만 詩와 詩人에 대해서는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으며 여러 번 지루했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놀라웠습니다.
이 글 읽고 진짜 시인을 생각하며 한 줄 평(評)을 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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