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주머니
류병숙
개울물은
주머니를 가졌다.
물주름으로 만든
물결 주머니
안에는 달랑,
음표만 넣어
오늘도 여행간다.
가면서
얄랑얄랑
새어나오는 노래
물고기들에게
들꽃들에게
나누어주며 간다
얄랑얄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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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洛江詩祭 시선집 <2022 낙동강>
설목의 카페 《오늘의 동시문학》에서 이 동시를 봤습니다.
'물결 주머니'를 가진 시인, 그 시인의 마음이 보고 싶었습니다.
시인에게나 그 누구에게나 시름이야 왜 없겠습니까만 이 시를 읽는 동안은 괜찮아집니다.
읽은 글 굳이 다시 읽지 않는데 '물의 주머니'는 여전히 즐거워서 '얘기가 어떻게 이어졌지?' 다시 찾아 읽게 됩니다.
들꽃도 저버린 늦가을, 그래도 그 개울물 보러 가고 싶어집니다.
시인에게 이런 시 자주 좀 보여달라고 하면 생떼가 되겠지요?
가만히 있으면 슬며시 또 여기 있다고, 보라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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