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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유다의 그리움

by 답설재 2022. 9. 13.

풍수원 성당 2021.2.2.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소설 《유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 분명하다고 확신한 유다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서 예수를 부추겨 예루살렘에 이르게 했지만 결국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게 되자 그만 그 곁을 떠나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 직전입니다(405~406).

이 장면을 읽으며 모처럼 '그리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리움에 대해 소홀했습니다.

 

 

나는 얼굴이 곰보인 임신한 여종이 내 앞에 가져다준 고기 접시를 개 먹이로 식탁 밑에 내려놓았다. 포도주는 식탁 위에 그대로 남겨 놓았다. 난 일어서서 주머니에서 우리의 돈 꾸러미를 꺼냈고 일견 거칠다 싶은 동작으로 한마디 말도 주고받지 않고 그 젊은 여인의 품에 던져 주었다. 그렇게 그곳을 나왔고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 잔인했던 빛이 마치 신념을 잃고 망설임에 시달리는 것처럼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가까운 언덕들이 내게는 텅 비어 보였고 그 길도 지평선 끝까지 텅 빈 채 먼지만 쌓여 있었다. 고통스럽고 가느다란 그의 목소리가, 상처를 입고 저 혼자 들에 버려져서 고통을 받으며 죽어 가는 아이의 목소리가, 엄마, 엄마, 하는 신음이 내 귀에서 멈추지 않고 내가 여관에 앉아 있을 때도 그리고 길을 계속 가려고 나왔을 때도 울려왔다. 나는 그의 선한 미소가 그리웠고 플라타너스나 포도나무 그늘에 편하게 앉아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면서 때때로 자기 입에서 나온 말들 때문에 자기 자신도 놀라던 모습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