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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안느 델베 《까미유 끌로델》

by 답설재 2022. 9. 14.

안느 델베 지음 《까미유 끌로델》

김명호 옮김, 정음사 1989(12판)

 

 

 

 

 

 

로댕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동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흘러넘쳤는데 마주 앉았다고 생각하니까 몇 마디만 남은 느낌입니다.

 

오래 전 광화문의 한 갤러리에서 까미유의 작품을 보았는데 거기 귀하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던 듯합니다. '이것이구나, 이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했을 것입니다.

'지옥문'은 S그룹 건물에서 봤지요.

 

내내 잊히지 않은 작품은 귀하의 작품이 아니고 까미유의 '어린 소녀 샤틀렌느'입니다.

섭섭한가요? 나는 그 소녀의 표정과 눈빛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선연히 떠오릅니다.

조각이 위대한 예술이라는 걸 그 작품을 보며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까미유 끌로델의 작품이 결코 귀하의 작품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가 묻고 싶은가요?

까미유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전념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까미유의 저 표정은 이 책을 본 이후 마음속에 자리 잡고 떠나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갇혀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1913년부터 194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간...'

까미유는 귀하의 제자이고 연인이었다면서요?

그 30년, 귀하도 까미유를 잊은 적은 없었겠지요?

누가 정신병원에 넣었는가요?

누구 때문에 까미유가 정신을 잃었을까요?

사회 모럴? 그런가요? 그렇게 에둘러서 얘기하면 그만일까요?

 

쓸데없는 얘기겠지요. 나의 이 말들을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습니다.

저 아름다운 여인이 미치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요?

이것은 귀하의 대답을 듣고 싶은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