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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리스토텔레스의 노인 묘사 :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by 답설재 2022. 9. 15.

시몬 드 보부아르 《노년》

홍상희·박혜영 옮김, 책세상 2002

 

 

 

 

 

 

 

시몬 드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연인이었다고 해서 좀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엄청난 작가였다.

 

노인 문제는 권력의 문제이고 그 문제는 단지 지배 계급들 내부에서만 제기되며(게다가 남자들), 19세기까지 '늙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노인들이 많지도 않았다.(121)

노년은 비참한 것이다.

 

노년에 대해 위안을 받기보다는 낙심을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역시 아리스토텔레스라고나 할까?(152~153)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50세까지 발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나이에 달해야만 '프레노시스'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노시스란 정당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신중한 지혜로, 체험되는 것이지 추상적인 것이 아니어서 전달이 불가능한 지식이며, 경험을 쌓으면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에 오는 육체적 쇠퇴는 그 사람 전체의 쇠퇴를 초래한다. 《수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젊음을 더할 수 없이 밝고 즐거운 빛깔로 그려놓는다. 젊음은 열렬하며 열정적이고 도량이 넓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노년은 모든 면에서 그 반대이다. "노인들은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또 그러는 동안 종종 속으며 살았고, 실수도 저질렀으며, 또 인간사란 태반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것들이므로 그들은 아무것에도 안심하지 못하고, 뻔히 드러나는데도 모든 일을 마땅히 해야 할 것 뒤에 숨어 위선적으로 행한다." 노인들은 터놓고 말을 하지 않으며 망설이며 겁이 많다. 한편 "그들은 성격이 나쁘다. 만사가 더 나빠지리라고 가정한다는 것은 결국 성격이 나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그들이 품고 있는 불신 때문에 항상 악을 가정한다. 또 그들은 자신의 인생 경험 때문에 불신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노인들은 사랑이나 미움에 있어서도 미적지근하다. 또 그들은 비루하다. 그것은 삶이 그들을 모욕했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관대함이 부족하다. 그들은 이기적이고, 겁이 많고, 냉정하다. 그들은 또 뻔뻔스럽게 세론 같은 것은 무시해버린다. "노인들은 희망보다는 추억의 힘으로 산다." 노인들은 수다를 떨며 과거를 되씹는다. 노인들은 흥분하면 격렬하다. 그 흥분은 아무런 힘이 없다. 노인들은 온건해 보인다. 그들에게는 욕망은 없고 단지 이해관계를 따지는 이기심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바로 이런 이기심에 의해 사는 것이지 아름다움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동정심에는 마음을 활짝 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영혼이 고귀해서가 아니라 나약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탄식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이제 웃을 줄 모르는 존재들이다.

 

 

그렇지는 않다고 하려고 해도 무력감이 밀려온다.

이미 노년이 되어 있다. 어이없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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