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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작별(作別)

내 글은 언제 죽을까?

by 답설재 2022. 11. 8.

2018.4.21

 

 

지난 초여름에 "momo"라는 분과 나눈 댓글·답글입니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은 당대로 끝나지 않으니... 파란편지 블로그는 Daum에 영원히 남겠지요^^;;"

momo님이 그렇게 썼고, 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가 쓰는 이 글들이 DAUM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말씀에 위안을 느낍니다. 뭘 몰라서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걸핏하면 이런 매체가 없어지면 내 글도 죽음의 길을 가겠구나 합니다. ㅎ~"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할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블로거는 아직 한 명도 죽지 않아서(혹 죽었다 하더라도 내가 알지 못해서) 가타부타할 수가 없습니다.

워낙 유명한 인물의 경우는 이렇습니다(조호근 '어느 동물원 방문의 재구성' 《현대문학》 2022년 6월호, 조명독법鳥鳴讀法 제4회, 169).

 

찰스 다윈의 서간문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접근성 좋은 역사적 텍스트에 속할 것이다. 모교 케임브리지 대학의 40여 년에 걸친 'Darwin Correspondence Project'로 1만 5천 통의 왕복 서신이 모두 디지털화를 거쳐 웹상에 올라가 있으며, 단어별 검색도 지원하고, 주요 인물이나 키워드에는 간략한 해설까지 붙어 있기 때문이다. 반생을 은둔자로 살았던 다윈은 학문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많은 일을 편지로 해결했고, 독자는 이 기획을 통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지성인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이 블로그에 쓴 글들이 내가 죽은 후에도 남아 있으면 더 좋을까요?

굳이 좋다 그렇지 않다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까요?

전에는 그걸 심각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전에만큼 그렇게 심각하진 않습니다.

저렇게 서간문이 빛을 본다고 해서 이미 140년 전에 죽어서 저승에 가 있는 다윈이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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